위험한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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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패러디 세상에 살고 있다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싶다.

세계 최강의 인터넷 공화국이라는 별칭에 맞게 하루가 멀다하게 인터넷상에 쏟아지고 있는 패러디물은 가히 공해라 할 정도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어떤 인기 작품의 자구를 변경시키거나 과장해 익살이나 풍자의 효과를 누리는 이 패러디는 가벼운 한바탕의 웃음을 제공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허나 이러한 패러디가 본래의 의도를 벗어나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한 충격과 역겨움을 안겨준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패러디 사진이 게재돼 파문이 일었다.

한 네티즌이 불륜 장면의 영화 포스터에 있는 반라의 여주인공 얼굴에 박 대표의 얼굴 사진을 오려붙여 올린 패러디물인데, 한술 더 떠서 인터넷 관리자가 친절하게 방문자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 전면에 배치까지 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엊그제 등장한 패러디물은 너무나도 쇼킹한 것이어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을 지경이다.

지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연쇄살인범이 현장검증을 하는 사진에 살인범 얼굴 대신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합성하고 ‘희대의 민생파탄범 노무현’이란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려진 게다.

거기에는 연쇄살인범의 경찰 질문과 답변 형식을 흉내내 ‘어쩌다 이런 일을 저질렀는가’, ‘수도 이전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등의 6가지 질문에 ‘언론이 미웠고 수구세력이 미웠다’, ‘그냥 강행하면 되는 줄 알았다. 지금도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답변까지 달아놓고 있다.

아무리 탈권위 시대라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뒤져봐도 국가원수를 이토록 모독하는 행위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쟁점을 웃음으로 승화하면서 핵심을 부각시키고 비판적 시각을 길러줄 수 있는 패러디는 우리 사회에 신선한 청량제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바탕에는 건전한 상식과 보편타당한 사회적 윤리가 깔려 있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기본적인 철학도 없이 무작정 흥미와 재미만을 노려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면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더이상 패러디라 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이러한 패러디물은 어쩌면 ‘표현의 자유’라는 변명으로도 용인(容認)될 수 없는 일종의 범죄행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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