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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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더위와 근심의 불덩이가/가슴 속 가운데서 서로 졸이네/온몸에 빨갛게 땀띠 나길래/바람 쐬며 마루서 곤해 누웠지/바람이 불어와도 화염과 같아/부채로 불기운을 부쳐대는 듯/목 말라 물 한 잔을 마시려 하니/물도 뜨겁기가 탕국물 같네…잠이나 청하여 잊을까 해도/모기와 등에가 또 물어대네.”

고려 문인 이규보의 시 ‘고열(苦熱)’의 한 구절이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속절 없어 하는 시인의 안타까움이 절로 묻어난다. 요즘 같은 무더위가 이와 같지 않을까.

마른 장마가 끝난 후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땀이 맺히고 불쾌지수까지 높으니 짜증이 심하다. 그럭저럭 초복은 넘겼지만 앞으로 중복, 말복 등 복더위가 보름 이상 남아 있으니 가히 10년 만에 찾아왔다는 무더위가 실감난다.

▲무더위는 밤에도 지속돼 잠을 이룰 수 없을 지경이다. 열대야(熱帶夜)현상 때문이라 한다. 하루의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여름 밤을 말하는데, 제주지역은 열흘 이상 지속되고 있다.

밤에도 냉방기에 의존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기에 제주지역의 전력수요도 연일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문제는 열대야에 지친 서민들의 삶이다. 자연히 식욕이 떨어지고 잠도 설치기 일쑤다. ‘잠 이기는 장사 없다’ 했듯이 잠을 설치게 되면 자연히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며 만사에 의욕이 없어진다.

그래서 요즘 각종 매체에서는 열대야를 극복하는 다양한 처방들이 제시되고 있다. 잠에 대한 강박관념을 없앨 것,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에 샤워할 것, 규칙적이고 적당한 운동을 할 것, 흥분을 일으키는 술.커피 등을 삼갈 것 등등.

▲하지만 하늘이 내린 무더위와 열대야를 인간이 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때일수록 느긋한 마음으로 자연변화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이 최선일 수도 있다.

문명의 이기로 생활이 편리해진 대신 인간의 적응력은 그만큼 퇴화하면서 예전보다 덥고 추운 것을 더 많이 탄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무더위.열대야에 기죽지 말고 “이 정도 쯤이야” 하고 맞서 싸우는 것은 어떨까.

덥고 추운 건 마음에 달렸다는 선인들의 말이 요즘 같은 찜통더위에 훌륭한 피서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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