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에 찔린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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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유영철의 현장검증이 연일 뉴스를 타고 있다.

뉴스의 초점은 사람이 이렇게까지 잔혹할 수 있다는 데 모아진다.

그러나 뉴스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이기성(利己性)이다.

검증 현장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유를 가리키며 삿대질하면, 유는 오히려 ‘왜 욕을 하느냐’고 대든다고 한다.

이를 보면 인간에게 있어 다른 사람들의 어떤 불행도 자신의 아픔에 비기지 못하는 것 같다.

남의 불행을 알면서도(知) 진실로 그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지(覺) 못하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일생에 관한 책을 읽은 후 지금까지 가슴에 남아 있는 이야기는 책의 본문 내용이 아니다.

그것은 책의 부록으로 편집된 남편 레너드 울프의 ‘메모’였다.

자신의 아내가 강으로 걸어 들어가 자살하고 난 후 홀로 남은 레너드는 큰 슬픔에 빠져 있었다.

슬프고 슬퍼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지만 그토록 큰 슬픔도 발가락에 난 작은 종기의 아픔에 더 신경 쓰이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그런 것이다. 아내를 잃은 그 아픔 속에 발가락의 종기쯤이야 무슨 대수로운 것이냐 하겠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육체의 아픔과 마음의 아픔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더 아픈 것일까.

육체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기 마련이지만 마음에 입은 상처는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경우는 시간이 흐를수록 아픔의 깊이가 더 깊어지는 일도 있다.

우리 속담에도 ‘칼에 찔린 상처는 쉽게 나아도 말(言)에 찔린 상처는 낫기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칼은 육체를 찌르지만 말은 마음을 후빈다고 한다.

▲요즘 세상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말’이라는 무기를 마구잡이로 휘둘러 너무 쉽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 같다.

차라리 ‘몽뎅이’로 한대 갈겨 버리는 것이 낫지, 말로 마음을 찌르면 그 텅 빈 뚫린 구멍을 메울 길이 없어지는 것이다.

남을 찔러서 무슨 이익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남의 가슴 찌르기를 공연히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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