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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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우리 현실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난 당신이 없는 행복보다 당신이 있는 불행을 택하겠어요. 부디 이대로라도 10년만 더 내 곁에 있어줘요.”

지난 6월 타계한 레이건 대통령 부인 낸시 여사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투병 중인 남편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낸시 여사는 2001년 레이건 대통령이 50여 년 동안 보내온 편지와 자신의 회고담을 담은 시랑의 비망록 ‘아이 러브 유, 로니’를 펴낸 바 있다. 이 연서집은 세간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며 진한 부부애를 우리에게 전해줬다.

▲불치병에 걸린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내용의 멜로물로 널리 알려진 영화 ‘편지’도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된다. 정인(최진실)이 환유(박신양)에게 왜 편지 한 번 안 주느냐고 하자 환유가 정인에게 황동규의 시 ‘즐거운 편지’를 담아 보낸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중략)…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중에서)

▲또 다른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주인공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를 22년 긴 세월 동안 이어놓은 것도 편지였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두 남녀가 사흘 동안 사랑하고 평생 동안 가슴 속에 묻어두다 자녀들에 의해 드러나게 된 사연도 카메라와 함께 도착한 빛 바랜 쪽지 편지다.

▲최근 마흔 살에 요절한 화가 이중섭(1916~1956년)의 일본인 아내 이남덕 여사(84.현재 일본 도쿄 거주)가 남편의 안부를 걱정하는 편지가 공개됐다. 6.25가 발발하자 제주에서도 잠시 머문 바 있는 이들 부부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만나자”며 아들을 데리고 1952년 아내가 일본으로 떠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편지가 오갔다. 이번에 공개된 세 통의 편지는 1955년 쓰였는데 남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아내의 심정이 절절히 담겨 있다.

“무슨 나쁜 일이라도 있었던 것이 아닌가요. 지금까지와 같이 위대한 인내력으로 당신으로부터의 길보를 기다리겠습니다. 꼭, 꼭, 꼭 좋은 일이라도, 나쁜 일이라도 소식을 전해 주세요.” 그러나 이듬해 이중섭은 영양실조와 신경 쇠약으로 숨을 거두고 그의 시신은 3일간이나 무연고자로 방치됐다.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편지들이 궁핍했던 한 화가의 삶을 더 안타깝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가나아트센터가 구입한 이 편지들은 가까운 날 서귀포시의 이중섭미술관에 기증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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