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전(罰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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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정부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전격 교체하는 등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인사 전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당시 남북 함정간 교신 내용과 북한의 전화통지문을 일부 언론에 유출했던 합동참모본부 박승춘 정보본부장이 자진 전역했다. 곧바로 국방부 장관이 교체되고 얼떨결에 강금실 법무부 장관도 옷을 벗었다. 강 장관의 경질은 조직 장악력 한계와 노 대통령과의 ‘코드 맞추기’ 변화 등 이래저래 뒷말만 무성할 뿐이다. 코드가 맞지 않아 경질을 했든 아니면 조직 장악력 한계로 경질을 했든 그것은 인사권자의 마음이고 어느 한 편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손자병법은 말한다. ‘처벌은 즉각 실행하라’고. 이것이 ‘벌전(罰戰)’이다.

“싸움에 있어서 병사로 하여금 적에 맞서 용감히 전진하고 퇴각하지 않게 하는 것은 한치라도 퇴각하는 자, 반드시 엄벌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승리를 획득할 수 있다. 병법이 이르기를 ‘벌은 열을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수나라 장군 양소는 군율을 엄격히 지켜 군법을 위반하는 자는 즉각 처형하고 결코 지체하지 않았다. 많을 때는 1000명 이상, 적을 때는 수십 명의 목을 베었다. 또 1951년 1월 초 미 8군 사령관으로 부임한 리지웨이 장군은 지휘관의 책무를 다하지 못해 지지부진한 미 25, 제2, 제24, 제1기 병사단장을 경질하기로 결심하고 해임건의를 했다. 교전 중인 고참 사단장을 한꺼번에 교체하면 의회의 반발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미 육군 당국의 의견에도 그의 뜻은 이루어졌다. 이어 젊고 신념에 찬 사단장들이 부임, 유엔군에 활력을 불어넣어 3개월 후 서울을 재탈환했다.

▲지난달 말 연쇄살인사건 와중에 국회 출석을 거부한 채 휴가를 떠난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해 국회 행정자치위원장인 이용희 의원이 “돼 먹지 않았다. 버릇을 고쳐 놓겠다”고 일갈했다. 전 국민이 분노하고 경악한 사건을 두고 주무장관으로서 책임은 고사하고 면피하기 위해 휴가를 떠난 자리에 무엇이 남았나.

결국 지난 1일 폭행 피의자 검거에 나섰던 경찰관 두 명이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권한을 위임하고 성공했을 때 포상 못지않게 실패했을 때의 책임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취하는 ‘벌전(罰戰)’의 의미를 인사권자들은 제대로 알아 실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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