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포기할 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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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생활가정 '사랑의 집' 송일심씨
▲ 송일심씨.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 따뜻한 가정을 꾸려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제주시 이도2동의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인 ‘사랑의 집’. 이곳은 부모의 가출과 가정폭력,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해체위기에 처한 가정의 아이들이 모여 살며 희망을 꽃피우는 곳이다.

공동생활가정은 여느 아동보호시설과 달리 일반 가정에서 가족처럼 생활하며 아이들이 다시 가정이나 사회로 나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설이다.

일반 가정과 비슷한 분위기에서 생활할 수 있어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시설 아동’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안가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7년 문을 연 ‘사랑의 집’에는 현재 대학생과 중.고교생, 장애초등생 등 모두 4명의 아이들이 송일심씨(40·여)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송씨는 “아이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밝게 자라고 있어 기쁘다”며 “아이들이 ‘엄마’, ‘이모’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바로 이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도 든다”고 말했다.

그가 공동생활가정을 꾸리게 된 것은 가출 청소년 쉼터 등에서 일을 하다 가정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부터다. 또 결혼 후 겪은 개인적인 아픔이 더해지면서 아이들에게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더해졌다.

2년간 자비로 운영하다 올해부터 운영비와 인건비가 보조돼 사회복지사 1명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과 후원금 등 지원은 다른 복지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다.

또 보육원에 수용된 아동은 무조건 기초생활수급의 지원을 받지만 그룹홈의 아동은 친권자가 일정 수입이 있을 경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

송씨는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려면 늘 생활비가 빠듯해 학원에 보낼 생각은 엄두도 못낸다”며 “지역아동센터 등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지역사회의 관심이 아쉬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3년전 엄마에 이어 작년에 아빠마저 위암으로 돌아가시면서 송씨와 같이 ‘사랑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지(20·여)·태훈(12) 남매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수당과 장애수당이 나오지만 생활비와 학비 등으로 대부분 들어간다.

수지는 비뇨기관과 신장계통에 병을 앓고 있는 동생 태훈(지체장애1급)이를 위해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해 올해 대학에 입학했지만 동생을 위한 기저귀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늘 마음 아파한다.

송씨는 “대학 진학을 위해 노력하는 고3생과 플루트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 등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의 꿈을 실현해 주고 싶다”며 “학원도 보내지 못하는데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고 밝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안함만 가득할 뿐”이라고 눈물지었다.

“이모, 울지마요”라는 아이들의 재촉에 눈물을 그친 송씨는 “어렵고 힘들어도 힘내야지요. 이 아이들이 바로 희망인데 희망을 포기할 순 없잖아요”라며 웃음 지었다.

현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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