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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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세계에서 생존유지의 질서는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다.

그렇지만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도 모든 종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을 유지하고 대를 이어가며 생물의 다양성을 이어오고 있다. 더욱이 야생의 세계는 강자만이 살아남고 약자는 사그라지는 그런 세계가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만큼의 사냥이면 충분할 뿐 완전하게 독식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전 세계의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금융위기는 미국 금융자본의 탐욕에서 비롯됐음을 모두가 안다. 필요이상의 지나친 탐욕은 뺏기는 자만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뺏는 그 자신마저 파멸로 이끌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셈이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지나친 부동산 열풍, 사교육열풍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부동산과 교육시장을 보면 도박판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박판에서 돈 있는 사람의 무한 배팅에 누구도 감당할 수 없듯이 부동산과 교육시장에 거는 부자들의 무한배팅이 지배하는 사교육시장은 이미 공교육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헌법에서 보장은 교육기회의 균등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시장을 통해 무장한 아이들이 공교육시장을 지배하는 한 사교육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아이들은 이미 시작부터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정착된지 오래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의 공정성이 실종되고 불공정과 특혜, 강자독식의 질서로 대체되는 위기를 맞고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인사청문과정에서 총리 장관 지명자들의 낙마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벌어진 정부부처에서 특채 특혜는 우리 사회가 특정세력에 의한 특정세력을 위한 특정세력의 사회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단도직입적으로 “정치(政)란 공정하게 하는 일이요 우리 백성들이 균등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일이다”라고 역설했다. 이는 국가를 통치하며 경영하는 일은 그 본질이 공정과 균등에 있음을 말한 것이다.

이같은 본질적인 것, 기본적인 것을 어느 날 갑자기 들고 나와 계속 강조하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다.

공정하지 못한 세상, 공정하지 못한 정치, 공정하지 못한 공직자, 공정하지 못한 인간, 이런 것을 바로잡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바로 정치라는 것인데, 이런 기본을 다시 강조하는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비통스럽기만 하다.

지금으로부터 4343년 전 우리의 건국시조 단군이 나라를 세운 이념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은 갑남을녀나 장삼이사 모두를 한결같이 동등하고 고르게 여겨주는 ‘일시동인’의 입장이고, 이같은 이치대로 살라는 ‘제세이화’는 어느 누구에게도 특혜나 특별대우는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의 이면에 불공정과 특혜로 쌓아온 것임이 밝혀지는 요즘 공정한 세상, 공정한 사회가 거론되고 있음을 지켜보면서, 지금이 어떤 시대이고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공정사회타령이나 읊어야 한다니 가슴이 정말 답답하다. 적자와 서자의 차이도 없애자, 당파의 편파성도 없애고, 귀한 사람 천한 사람의 구별도 없애고,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차별도 무시하고, 출신 지역이나 출신 학교도 따지지 않는 그런 ‘일시동인’의 세상을 만들자던 다산이 살았던 시대도 200년 전이다. 차별이 있고 균등하지 못하면, “백성들이 고달프고 나라가 가난해진다”라는 다산을 배우면서 말로만이 아닌 참으로 공정한 사회가 실현되기를 기원해 본다.<강영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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