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을 숨쉬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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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우주만물은 생명의 존재다. 날마다 숨쉬고 새 공기를 마시며 존재한다. 모두가 생명의 존재인 것이다. 인간뿐아니라 풀, 나무, 꽃, 미술품, 철재, 건물까지.

그런데 제주도에 귀속된 미술품 287점(제주도미술대전 대상 작품 100점, 기증작품 187점)이 15년째 제주도문화진흥원의 시멘트 건물 창고와 전시실 한켠에 나뒹굴고 있다. 문화진흥원의 미술품 관리는 제주예총이 제주도미술대전을 주최하던 1989년부터였다. 제주도지사상인 대상의 시상금에 작품구입비가 포함됐기 때문이었다.

제주도의 미술작품이 보관된, 문화진흥원의 수장고(?)는 이름대로 ‘작품보관실’이다. 하나는 제주도문예회관 제1전시실(6평 규모)에 있고, 다른 하나는 도문예회관 대극장 아래 놀이마당 창고(10평 규모)에 있다.

두 곳엔 제습기 한 대가 수백여 점의 미술품을 돌본다. 12평 공간을 감당할 제습시설이라지만, 습도가 높은 제주지역 미술수장고에서 미술품의 생명을 담보할 수 있다는 발상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작품보관실 담당자는 도문예회관 전시대관 담당자다. 날씨에 따라 경험으로 제습기에 물이 차면 빼고 작품을 환기시키는 게 전부다. 눈짐작으로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미술품 관리에 항상 적정 습도 50~55%, 적정 온도는 20~22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까.

작품보관실에는 공간 온도를 살피는 온.습도계도 없다. 문화진흥원이 미술작품에 대한 훈증소득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 또한 없다. 문화진흥원은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은 이와 사뭇 다르다. 그 곳에선 항온항습시설 등 수장시설을 갖추고도 정기적으로 보존시약을 투입해 작품 수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진흥원의 미술작품은 철제 앵글에 칸칸이 놓여 있었다. 이것은 장르별로 별도의 상장에 작품을 보관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다르다. 문화진흥원의 창고 작품전시실을 여는 순간 눈을 찔렀던 매캐한 냄새의 원인이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미술작품은 독립상자에 넣어 보관하는 게 적당하다. 특히 사진이나 지류(서예.문인화) 등은 작품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도 문화진흥원은 장르 구분 없이 한곳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니 미술품이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는 것이다.

작품보관실의 위치도 안전하지 못하다. 제1전시실은 전시실 입구에 칸막이를 쳐 두었지만, 관람객의 출입이 많은 노출공간이다. 놀이마당 창고내 있는 작품보관실도 마찬가지다. 대개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수장고는 자연광이 잘 들지 않는 지하에 위치한다. 도내 박물관의 수장고는 대개 그렇다.

실정이 이런데도 문화진흥원은 작품 훼손이 된 것이 없으니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편다. 10여 년간 악조건에도 견뎠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견뎌 주리라는 소박한 믿음에서일 것이다. 미술작품의 당사자들이 작품 보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문화진흥원의 이런 태도는 계속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얼마나 미술품의 생명을 위협하는지 알까. 미술품도 생명이 있다. 그들도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전문가에 의해 관리될 기본권리가 있는 것이다.

제주도 역시 제주도 미술품관리에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이다. 제주도는 도립미술관 건립 이전에 미술품이 제대로 숨쉴 수 있도록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나 국립제주박물관이나 전문수장시설이 있는 곳에 미술품을 위탁관리하든지, 문화진흥원에 수장고를 짓든지 조습시설이나 항온항습시설을 하든지 미술품이 숨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미술작품에도 숨쉴 수 있는 장치를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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