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사라져가는 킬리만자로 만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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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정상 부근에는 말라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가 하나 있다.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던 걸까…”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의 서두에 나오는 구절이다.

‘위대한 산’, ‘빛나는 산’을 뜻하는 킬리만자로는 적도 부근에 위치하면서도 만년설이 덮인 아프리카 최고봉(5895m)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용필의 히트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더 유명하다.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의 방황과 고독, 꿈과 희망을 독백하는 조용필 노래 속 표범이나, 병든 도시 문명에 지친 심신을 이끌고 만년설 같은 순수한 꿈을 찾아 헤매는 헤밍웨이 소설 속 표범처럼 킬리만자로는 하나의 이상향이다.

그런데 이 킬리만자로 만년설이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리면서 사라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60년 후인 2070년대에 이르면 한반도 남녘에서는 겨울이 사라지고 아열대 기후로 변한다는 게 최근 기상청의 보고이다.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0.74도 상승했지만 한반도는 1.5도나 상승했다. 제주 역시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해수면과 수온 등 아열대 기후로의 변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는 생태계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지난 10년간 주요작물의 재배면적 변화 추이에 따르면 제주특산품이던 감귤과 한라봉 재배지가 전남 완도, 여수, 보성, 순천, 경남 거창 등 내륙으로 확대되면서 ‘감귤하면 제주’라는 공식이 희석되고 있다.

바다 역시 아열대성 어류들이 등장하고 고유어종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제주 연안에서 잡힌 자망어업 어획물을 분석한 결과 70종의 어류 중 아열대성 어류가 28종으로 40%를 차지, 지난 2006년 조사 때 19%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노랑벤자리, 꽃돔, 꺼끌복, 보라문어 등 예전에 제주바다에서 볼 수 없었던 고기들이 잡히고 한치와 자리돔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라산에서도 한라산의 상징인 구상나무 분포지가 30% 이상 줄어들고 조릿대가 번성하면서 다른 식물군상의 생태를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 주범으로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때문이다. 인류가 저지른 행동에 대한 기후의 역습인 셈이다.

제주도가 최근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위한 종합계획 초안을 마련했다.

탄소흡수원인 산림규모 확충, 바다 숲 조성, 양돈분뇨 바이오가스 사업, 환경에너지 종합타운 조성사업, 연안습지 생태관광공원 조성 등이다.

서귀포시에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위해 친환경생태공원조성, 탄소포인트제, 녹색시민실천 운동, 나무심기, 읍·면·동 찾아가는 시민교육 등 다양한 시책을 전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걱정하지만 대개 화젯거리에 불과하다. 누구나 기후를 걱정하듯 말하지만 정작 진심으로 걱정하고 전등하나 끄기 등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후변화는 수 십, 수 백 년 동안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진행돼 왔다. 나무 한 그루 심기, 한 등 끄기 등 우리의 작은 노력이 당장 효과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지구를 온전하게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지구온난화가 현대인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킬리만자로의 신화를 앗아가기 전에.<조문욱 사회2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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