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代)가 끊겨서…', '육지(다른 지방)로 떠나서…'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추석 전까지 웃 대조(代祖)의 묘소에 친족집단의 공동으로 벌초하는 제주 세시풍속인 '모듬 벌초'.
추석 전 벌초를 하지 않으면 '조상이 가시덤불을 쓰고 온다'고 전해오고 있으며, 벌초 안 한 산소는 후손이 다 끊겼다고 해 '골총'이라 불리는 등 선묘의 벌초를 게을리 하는 것은 불효로 여겼다.
하지만 여러 사정상 직접 벌초를 하지 못해 '벌초 대행'을 의뢰하는 경우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벌초 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는 조천농협 청년부 이동은 회장은 "최근에 대전에 사는 70대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오더니 산(산소) 자리를 말해주며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 관리를 해 달라'며 명함까지 받아 갔다"고 말한 뒤 "자손(아들)이 없어 벌초를 부탁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대가 끊기거나, 나이가 들어 노쇠해 벌초 대행을 부탁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다른 지방으로 간 상태서 사정상 오지 못해 벌초를 맡기는 사유가 가장 많다"고 전했다.
조천농협 청년부는 지난주 13기에 이어 다음주에는 56기의 묘소를 대행 벌초할 예정이다.
15일 20기의 묘소를 대행 벌초할 한림농협 청년부 고치영 회장은 "독자 집안으로 벌초할 일손이 없거나, 매년 친척에게 맡기기가 미안해 올해부터 벌초 대행을 맡긴 사람도 있다"고 한 뒤 "제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 연동 소재 M용역업체 강모씨(48)는 "도내 용역업체 7-8곳이 돈을 받고 벌초 대행을 해주고 있으며, 2년 전부터 벌초를 맡겼던 서울 사는 한 도민은 이맘때면 전화로 '벌초를 잘 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에서는 묘의 크기, '산담' 등을 고려해 1기 당 3-7만원을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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