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대신 예술품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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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광주비엔날레 상임부이사장>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최고의 경영인으로 꼽는 이유는 그가 상품을 잘 파는 재주를 가졌다기보다는, 상품을 예술품으로 둔갑시키는 천재성 때문이다. 물론 잡스는 애플의 CEO(최고경영자)다. 그러나 그가 직접 나서서 권하는 제품은 상품출시에 맞춰 소비자가 줄서서 사야하고 손꼽아 기다려야 하는, 이를테면 거의 예술품이 된 것이다.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 미국인들은 판매 당일은 물론 며칠 동안 긴 줄을 서서 상품을 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상술에 속아 ‘농락당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아이폰은 예술이라고 탄복할 정도로 기능이 탁월 했으며, 상품을 능가해 소비자가 인정하는 기술의 혼이 담아 있었다.

1960년대 불길처럼 등장한 블루진은 단순히 청바지가 아니라 그 시대를 대변하는 문화였다. 당시 젊은이들은 청바지를 입은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아이돌을 걸치고 다녔으며, 오늘날에는 세대를 뛰어 넘는 문화적 산물이 되었다. 청바지를 입는 소비자는 하체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문화를 입는 것이다. 오늘날 청바지는 싸구려 이미지가 아닌 문화의 값을 주장하기 위해 고급화, 패션화되면서, 청바지 문화로의 참여의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인식된다.

비단 시장경제와 소비중심사회는 시장과 소비자가 그 중심에 있지만 그것을 지탱하는 뿌리는 대중과 대중문화다. 대중의 속성, 대중문화의 흐름이 시장과 소비를 좌우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중이 창조해내는 영웅과 아이콘들은 때로는 아이돌을 만들어내며, 때로는 독특한 예술품으로 만들어내는 기가 막힌 사례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우는 비단 상품 뿐 만이 아니라 심지어는 문화·예술 이벤트까지 이에 적용된다.

가령 베니스비엔날레는 다른 비엔날레와는 달리 4일간 프레 오프닝 행사를 한다. 이 기간 중 베니스를 찾는 관계자들은 전 세계에서 줄잡아 3만여 명에 달한다. 그러다보니 베니스 시내는 물론 인근 호텔들은 평소보다 배 이상의 요금을 받는다. 매 2년마다 베니스를 가득 메우는 이 전문가 집단들은 세계 최고의 수상도시 베니스가 갖는 도시의 숭고미에 취하기도 하지만, 베니스비엔날레가 선사하는 독보적인 비엔날레의 질에 취한다. 비엔날레는 이제 베니스만의 독과점 상품도 아니지만, 베니스만이 창조하고 누리는 최고의 관광혼합형 이벤트로서의 가치가 바로 예술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초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을 전후해 광주 일원의 호텔이 초만원을 이룬 적이 있다. 아트페어와 시기가 겹친 탓도 있지만 1500여 명의 지구촌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 오면서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는 광주비엔날레 15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의미는 남달랐다. 그렇다고 광주비엔날레가 베니스처럼 비엔날레 특수를 누리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광주의 전시상품이 아닌, 그 무엇을 애써 가꾸는 과정에서 찾아 온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소비사회는 소비자가 시장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상품 그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발언할 수 있는 상품중심주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상품중심주의란 상품이 광고 이상의 독특한 질과 기능을 가져야 하며,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광고를 압도하는 기능중심주의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광고시장에서 업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분야가 소비자들이 결정하면서 시장을 리드하는 바로 ‘입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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