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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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너무도 고운 하늘을 바라보면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이 행복해지는 계절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민감해지는 계절이 있다. 여자들은 봄을 탄다고 하지만 나는 가을, 그것도 11월이 되면 어디론가 떠나야 될 것 같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고향에 있으면서도, 내 집에 있으면서도 꼭 고향을 찾아 떠나야 될 것 같은 열병을 앓게 된다.

올해는 일을 내고 말았다. 나에게 휴가를 주기로 하고 11월 초순에 모든 핑계를 뒤로하고 떠났다. 가고 싶은 곳, 꼭 만나고 싶었던 오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계획이다. 대전 가서 아들을 만나는데도 마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기숙사 생활이 집보다 편하다고 할 만큼 떨어져 산 시간이 꾀 길어 이제는 헤어짐도 익숙해진 모양이다. 만나러 갈 때는 해주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 그 무게에 짓눌려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버리고, 또 막상 만나면 생각했던 것만큼 해줄 수 없어서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슴을 아리게 했었다.

이제는 자신의 꿈을 향해 힘들지만 행복하게 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게 되니 아들과 헤어짐도 아리는 마음이 덜 하다. 이 모든 것이 계절이 주는 넉넉함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랜만에 보고 싶었던 친구들을 만났다. 너무도 편안해진 모습에 놀랐고, 쥐었던 손을 펴니 너무나 행복하다는 말에 더 놀랐다. 다들 지금까지 많은 색깔로 삶을 살아 여기에 있다. 쥔다고 다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버둥거린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님을 보게 되었나보다. 내 안에 있는 것 보다 밖에 있는 것에 집착하다보니 너무나 소중한 것을 보지 못하고 여기까지 우리는 왔던 것이다.

이제는 내 삶의 초점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진정으로 내가 기쁜 삶은 어떻게 살아야 되는 것인지에 대해 깊은 생각에 젖을 수 있었던 행복한 휴가였다.

그동안 나의 발목을 붙잡아 왔던 갖가지 핑계와 이유를 내 마음에서 떼어 내려 한다. 그런 다음 가장하고 싶었던 것, 여건만 기다리며 못했던 것 중에서 그래도 꼭 하고 싶은 것을 취사선택 해야겠다. 여건이라는 것은 언제나 완전하게 구비되어 지는 것이 아닌데 완전하게 주어지는 것인 양 기다려 왔다. 지금 가지고 있는 여건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의 길이며 여건도 만들어 가는 것임을 조금씩 알게 된다.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나면 정말 하고 싶은 의욕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기에 그나마 우리에게 하고 싶은 무엇인가 있다는 것에 감사를 하며 새로운 출발을 해야겠다.
<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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