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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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어렸을 때 명절은 정말 즐겁고 신나는 날이었다.

평소 잘 먹어보지 못하던 쌀밥과 고기 등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고, 운 좋은면 새 신발을 신고 새 옷도 입을 수 있었다. 그래서 누구나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추억이 있다.

이 즐거운 명절의 이면에 걱정과 탄식이 숨어있다는 것은 한참 뒤에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와서는 기다려지는 날이 아니라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애물단지 날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명절기피 현상은 주부들에게 특히 심각하다. 많은 여성들은 장보기에서부터 음식 만들기,제사상 차리기, 설거지, 청소하기 등 일에 치여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심한 경우 불안.초조와 우울증까지 보인다고 한다.


최근 한 조사기관이 전국의 주부 1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은 ‘명절증후군’을 겪는다는 응답자가 84.5%에 달했다.

고통은 비단 주부들만 겪는 것은 아니다. 결혼 적령기를 넘긴 미혼남녀와 취직하지 못한 실업자들도 명절은 달갑지 않다. 명절날 모인 친척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명절의 부담과 고통은 지갑이 얇아진 가장(家長)들도 마찬가지. 장기불황의 늪에서 소득이 감소하고 가계부채가 늘어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데 보름달처럼 밝고 둥근 마음을 가질 여유가 없다.

이렇듯 오늘날 ‘명절증후군’의 대상은 너나가 따로 없는 듯 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명절증후군’을 새롭게 정의하기도 한다.

명절마다 곤궁과 고통에 힘겨운 서로의 모습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을 뜻하는 말로.

더욱이 2004년 제주의 추석은 우울하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잿빛이다.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좀처럼 걷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뜻밖의 집중호우 피해까지 겹쳤다. 망연자실 실의에 빠진 이들은 “추석 쇠는 것이 사치”라는 자조섞인 반응도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추석경기가 예전같지 않다며 아우성이다.

한편으론 다른 풍경도 있다. 올 추석연휴가 예년보다 길어 이 기간에 중국, 동남아 등 해외여행을 나서는 도민들도 부쩍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추석도 부익부 빈익빈 사회상을 반영하는지. 아무튼 일반 서민들의 겪는 ‘명절증후군’이 내년부터는 해소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경기가 호전되고, 무엇보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고운 마음씨가 되살아 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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