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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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교육을 통해 현실 그 이상을 꿈꿀 수 있다. 이는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다.”

남미 베네수엘라 출신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71)가 지난달 서울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후 한 대학에서 특별강연을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아브레우 박사는 ‘엘 시스테마(El Sistema) 운동’의 창립자로 세계에 알려진 인물이다. ‘엘 시스테마’는 그가 만들어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공공 음악프로그램이다.

1975년 ‘총 대신 악기를 들라’는 한 마디 당부와 함께 아브레우 박사는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전과가 있는 11명의 청소년들에게 총 대신 악기를 쥐어주고 관현악 합주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엘 시스테마’의 시작은 보잘 것 없었다.

아브레우는 아홉 살부터 담배를 피우고 열두 살에 마약을 알고, 이듬해 총을 만지다 결국 소년원에 간 열다섯 살 소년의 손에 클라리넷을 쥐어줬다. 그 소년은 지금 소년원에서 클라리넷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이 살았던 방식으로 사는 많은 아이들에게 암흑과 같은 그 곳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베네수엘라 정부의 지원을 받은 ‘엘 시스테마’는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35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청소년 수만 37만명에 이른다.

‘엘 시스테마’를 통해 구스타보 두다멜과 같은 세계적 명성의 음악가도 배출됐다. 두다멜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거쳐 스웨덴 예테보리 심포니아 수석지휘자로 있다. 에딧손 루이스는 17세때 베를린 필하모닉에 최연소 입단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희망이 없어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에 처한 아이들은 ‘엘 시스테마’를 통해 음악을 접했고 자신들이 변화하는 것을 체험했다.

제주시내 남광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김태희 교사는 아주 조그마한 악기인 ‘오카리나’ 하나로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녀는 어떻게 보면 아주 평범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상에서 ‘엘 시스테마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학기 중에 틈틈이 오카리나를 연습한 이 반 아이들은 지난 여름방학 제주시 해변공연장에서 한라윈드앙상블과 하모니를 연출했다. 지난 9월에는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도 섰다. 8월 공연 때보다는 훨씬 자신감이 있는 모습으로 청중들에게 섰다. 이 아이들은 오카리나 연주를 통해 변해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느낀다고 한다. 독주가 아닌 합주를 함으로써 이해와 협동,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체득하는 것이다. 김 교사는 오카리나라는 아주 작은 악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긍정의 마인드를 심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판 엘 시스테마’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소외지역 학교, 저소득층 학교, 학교폭력이 만연한 학교 등을 위주로 2012년까지 모두 100개 학교를 선정해 오케스트라 창단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음악을 통해 긍정의 힘을 확인시켜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굳이 음악이 아니어도 좋다. 공동체적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배려와 긍정의 삶에 대해 조금씩 느껴갈 수 있다면 그것은 학교 교육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그 감수성을 온전하게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주변을 위한 긍정의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이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신정익 편집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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