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격 인상과 정책조정 기능의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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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승APEC 기후센터 소장>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흡연율 감소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담배가격의 적정수준에 대한 대안을 물색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시작으로 담배가격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무총리는 “복지부 입장에서는 검토하는지 모르겠지만 서민물가 등을 고려해 신중해야 할 문제이며, (담배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담배가격 인상에 관한 정부 고위공무원들의 상반된 의견을 들으면서 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담배가격 인상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 하는 점과 과연 행정부 내에 정책수립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처 간의 이견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우려이다.

복지부가 담배가격을 인상하려는 주요 이유는 첫째, 흡연율의 감소를 통하여 흡연이 주요 원인인 암·뇌졸중·관상동맥질환 등의 발생률과 사망률 감소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복지부는 현재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흡연율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의 성인 남자 흡연율 약 43%를 OECD 평균인 30% 수준으로 낮추고, 특히 청소년·여성층의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둘째, 흡연은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비흡연자들에게도 건강상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즉 흡연자들은 개인을 쾌락을 추구할 수 있어도 이들의 행위가 비흡연자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경우에는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의 주장에 대해 행정부의 관련부처, 국회,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추가 수입이 흡연 관련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만 국한되어 활용되는지 확실치 않으며 오히려 일반재정에서 지원되어야 하는 복지부의 사업들을 편의상 담배가격 인상으로 발생되는 수입으로 운용하려는 의도가 많으며 이는 재정의 일반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흡연자들의 권리에 대한 침해와 함께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친서민 정책과 상충되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즉 담배는 서민의 고통과 애환을 잠시나마 달래주는 기호품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정책을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담배가격 인상에 관한 국무총리, 담배가격 인상이 관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수년간에 걸쳐 복지부는 유사한 논리를 동원하여 가격인상을 지속적으로 시도한바 있으며, 관련부처는 항상 유사한 논리로 지연, 또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그런데 담배가격의 인상으로 발생되는 추가적인 재원의 활용방안 등은 이미 국내·외에 많은 사례가 있으며 부처 이기주의를 벗어난다면 단기간에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담배가격인상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정책에 관하여도 범정부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남북문제와 같이 복잡하고 이해가 첨예하거 대립되는 정책을 행정부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정부가 부처 간의 협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어떻게 외부의 이해당사자들과 이미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국회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의 강력한 흡연율 감소정책이 지연되어 수없이 많은 국민들이 흡연으로 인하여 생명을 잃는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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