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동지(-同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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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부터 문화관광부에서 퇴직한 4급 이상 공무원 가운데 34%가 문화관광부 산하 단체에 재취업한 것으로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다.

문화관광부가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심재철(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4급 이상 퇴직공무원은 모두 47명이며 이 가운데 16명이 산하 단체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이들이 재취업 한 기관을 보면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체육회, 문화재보호재단, 남여주골프장, 한국영상자료원, 한국방송광고공사 등이며 임용 당시 직위는 대개 사무국장급 이상이다. 낙하산 한 두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것은 완전히 공수부대가 하늘을 점령하기시피 한 꼴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금융감독원은 더 가관이다. 2002년 이후 금융감독원을 그만 둔 퇴직자의 절반가량이 금감원 감독 대상인 은행과 증권회사 등에 자리를 옮겨 감사나 임원으로 재취업했다. 역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금감원 퇴직자 89명 가운데 42명이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현행 공직자윤리법 중 3년 동안 일했던 부서의 업부와 관련이 있는 사기업에 2년 동안 재취업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해당 업무를 피하는 등 재직시 경력 관리까지 했다고 한다.

곡식을 바치고 벼슬을 산 사람을 조롱하는 말로 ‘보리동지(-同知)’가 있다.

조선 시대 말 곡식이나 돈을 바치고 벼슬을 얻는 경우에서 유래된 말이다. 국가 기강이 흔들리고 매관매직이 성행하던 당시의 일반적인 상황이었고,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벼슬자리를 사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갔던 것이다. 이를 일러 보리를 주고 벼슬을 샀다고 해서 ‘보리동지(-同知)’라고 조롱했던 것이다.

여기서 동지(同知)는 ‘지(知)’의 다음 가는 벼슬로 예문관, 춘추관, 의정부 등에 딸린 종2품에 해당하는 벼슬이름. 현대판 낙하산 인사와 닮은 꼴이고 그야말로 낙하산이 보리밭쯤에나 떨어지면 보리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꼴이다.

또 옛말에 ‘의관(衣冠)을 갖춘 도둑’이라는 말도 있다.

벼슬에 있으면서 백성을 사랑하지 않으면 의관을 갖춘 도둑이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또 벼슬이란 자신의 부귀를 채우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고 백성을 돌보기 위해 있는 것이라는 뜻도 된다. 비단 문화관광부나 금융감독원 만이 아니다. 이 나라 도처에 산재한 매관매직의 행태나 낙하산 인사가 언제쯤 사라질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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