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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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련 제주도교육청 장학관/아동문학가>

엄마가 있어서 좋다/ 나를 이뻐해주어서/ 냉장고가 있어서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이 글은 모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됐던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심금을 울린다. 새삼 아버지의 자리를 반추하게 한다. 순수하고 해맑은 어린이의 시 속에서 조차 ‘존재의 가치와 이유’를 잃어버린 우리 아버지들의 자화상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웃을 일이 있어도 헛기침으로 권위와 버무리고, 겁이 날 때는 침묵이나 너털웃음으로 자기의 나약함을 포장해야 하는 사람이다. 슬퍼도 소리 내어 울 수 없는 존재. 그래서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가 하면 사회에 나가 있을 때는 어떤가. 씩씩한 모습으로 등을 보이며 일터에 나가도 즐거운 일보다는 일과 피로, 그리고 직장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와 싸우다 돌아오는 사람이 아버지이다. 얼마 전 장애인 아들이 사뭇 걱정돼 복지수급을 받게 해주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도 있었다. 어머니는 말로 종종 사랑을 표현하지만 아버지는 주로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의 품과 사랑을 헤아리기에는 세상은 너무 약삭빠르고 바쁘다. 품어 줄 마음자락의 여유도 없고 시간을 들여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아버지와 자식 간의 관계를 조사 했다고 한다. 아버지들은 “자녀와 허물없이 이야기 한다”는 응답이 65.8%나 됐지만, 정작 자녀들은 “아버지와 고민을 이야기 한다”는 응답이 4%밖에 되지 않았다. 아버지와 자녀와 소통에는 엄청난 착각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와 가정에서 내 몰리는 가장들과, 1등 만을 요구하며 공부 속으로 내몰리는 자녀들은 서로가 불행하다고 느낀다. 사실 아버지와 자녀들은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받고 마음을 나누어야 하는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다. 그러나 그들 둘 사이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진정한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과의 따뜻한 징검다리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친구 같은 아빠’가 좋은 아버지라고 하고 있다. 친구 같은 아빠는 자녀와 대화를 많이 하는 아버지이다.

웃는 얼굴로 눈을 맞추며 다다가면 어떤 내용이든지 말문이 열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녀가 하는 일이나 행동이 마음에 다 들 수는 없는 법. 그래도 큰 가슴으로 “네가 삶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든, 아들(딸)아, 내 마음의 문은 언제나 너에게 열려 있을 것이다”라는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자. 언제든 아버지는 너희들 편이라는 신뢰감과 친밀감을 심어주는 건 어떨까.

최근 경제난으로 많은 어려움에 빠져 있는 이 시대의 아버지. 걱정한다고 모든 게 해결될 수는 없을 터. 언제나 강해 보이는 아버지의 어깨 너머 삶에 지친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과묵함은 무심함의 다른 표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동안 아끼고 담아두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한껏 보여주자. 그것은 메아리가 되어 자녀들도 아버지에게 애틋함과 사랑의 표현으로 돌아와 훈훈한 소통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면 구석으로 밀려났던 아버지의 존재가 가정의 중심에 우뚝 자리 잡게 되면서 자녀의 바른 성장을 돕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이 되리라 믿는다.

헤세는 이렇게 말했다. “밤마다 네 하루를 돌아보라, 그리고 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입으로 부르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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