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과 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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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여 년 전까지만해도 10월은 1년 열두달 중 공휴일이 가장 많은 달이었다.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 ‘국제연합일(24일)’이 공휴일이었다.

그러던 1990년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10월의 공휴일이 개천절 하루로 축소돼 다른 달과 별반 차이없는 달이 돼 버렸다.

그런데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기념일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늘이 588번째 맞는 ‘한글날’이지만 한글날을 앞두고 그 의미를 고양하고 기념하려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공휴일 당시’보다 훨씬 못한 것 같다.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1946년이었다.

당시 정부는 한글 반포 500돌을 맞아 내외 귀빈과 각계 유지 2만여 명을 덕수궁으로 초청해 성대하게 기념식을 하면서 법정 공휴일 출범을 자축했다.

그랬던 ‘한글날’이 20년 넘게 일반 기념일로 ‘방치’되면서 이제는 ‘달력에나 표시되는 기념일’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적불명의 언어들이 판을 치고 바르고 고운 우리말과 글은 그들에 점령되거나 오염돼 신음하고 있다.

한글은 여타 문자들 가운데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로 평가받는다.

세계의 많은 언어학자들도 한글의 우수성을 이미 인정한 바 있다.

유네스코도 1997년 10월 조선왕조실록과 함께 한글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했다.

그동안 법정 공휴일 조정 문제가 거론될때마다 ‘한글날 공휴일 복원’은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한글학회를 비롯한 많은 관련 단체들도 국민의 이견을 폭 넓게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여는 등 갖가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한글날 공휴일 복원문제는 수년째 ‘논의 중’ 이다.

얼마 전 채용전문업체인 코리아리크루트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정부의 법정 공휴일 축소 방안’에 대한 인터넷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현행 법정공휴일을 축소할 경우 제외 1순위 공휴일’로는 ‘식목일’일 꼽혔고 반대로 ‘법정 공휴일을 늘릴 경우 추가 1순위 기념일’로는 응답자의 48%가 ‘어버이날’을 꼽았다.

한글날이 39%로 뒤를 이었다.

이 정도면 국민들이 ‘한글날’의 공휴일 복원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글날’이 공휴일로 복원된다고 해서 바르고 고운 우리말과 글이 곧바로 돠살아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말과 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지금보다 훨씬 커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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