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소(萬人疏)의 역할 충실히 수행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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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계간문예 ‘다층’주간/시인>

1945년 대한민국의 광복과 함께 창간한 제주일보가 2010년 12월 6일로 지령 2만호를 맞는다는 소식에 새삼스러움을 느낀다. 우리 지역에도 이러한 역사를 가진 언론이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하고, 그 동안 걸어온 길의 고단함을 이겨내고 지역 언론의 사명과 역할을 수행해 왔던 제주일보와 소속 기자들의 수고에 먼저 감사와 경의를 드린다. 씨를 뿌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열매를 거두기까지의 고단함은 아는 사람만 알기에, 65년 세월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다 할 것이다.


언론은 다양한 사회 권력에 대한 감시자요 비판자요 견제자인 동시에,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그 입장을 대변하고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데 사명이 있다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글을 쓰는 기자를 ‘무관의 제왕’이라고 하고, 언론을 입법, 사법, 행정에 이은 ‘제4부’라고 하여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들 말한다. 힘을 가졌다는 말은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책임 또한 막중하다는 말일 것이다. 이는 권력을 휘두른다는 차원이 아니라, 참된 언론인이 가져야할 책임감 즉, 정의구현에 앞장서라는 독려와 의무가 반영된 결과다.


돌아다보면 제주지역의 언론의 역사, 신문의 역사, 그 중심에 제주일보가 있어 왔다는 사실은 도민 모두에게 자랑스러움으로 느껴지리라 생각한다. 중앙에서 소외되어 변방의 삶을 사는 제주도민들의 여론을 형성하는 선봉에 서 있었다는 의미 하나만으로도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지령 2만호라는 숫자에 도취되어 그동안 간과해 온 일들은 없었는가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 또한 솔직한 심정이다. 언젠가 지역 신문 3사 기자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나는 독설을 퍼부은 일이 있다. 도 당국이나 의회를 비롯한 행정기관에서 지역 언론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듯한데, 이것은 “기자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들이댔다. 그랬더니, 옆에 앉아 있던 다른 동료는 내가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했다. 공무원들이 언론을 얼마나 의식하고 두려워(?)하는지 모르는 소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정작 언론을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고위공무원들인데 그들은 언론을 우습게 알고, 언론을 의식하지 않고 소신껏 일해야 할 하위 공무원들은 윗사람들로부터의 질책이 두려워 언론을 두려워 한다는 말이었다.


뿐만 아니라, 기사 중에도 예고 기사는 자주 보이는데, 현장 기사나 결과보도 기사가 적은 점은 아쉽다. 현장의 살아 있는 분위기를 실감나게 전달해 줄 수도 있는, 살아 있는 기사가 신문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 아닐까 싶다.
중구삭금(衆口金樂金)이라는 말이 있다. ‘뭇사람의 입이 쇠를 녹인다’는 말로 여러 사람의 말이 마침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큰 힘을 가졌다는 뜻으로 쓰인다. 반면에 참언(讒言)의 두려움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는 성어이다. 이는 그릇된 여론의 부정적 영향을 의미하는 말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도 언론의 힘을 말하는 자리에서 종종 입에 올리는 말이다. 펜 하나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힘, 그 펜을 사람을 살리는 일에 사용하는 것이 기자의 책임감이고 의무이다.


부디 칼보다 더 강한 펜을 든 제주일보 기자들이여, 그대들의 손에 들린 펜으로 살릴 사람을 죽인다거나, 죽일 사람을 살리는 곡필은 결단코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하여 제주지역의 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으로서, 정론직필, 민권수호, 성실봉사라는 사시(社是)를 적극 실천하여 만인소(萬人疏)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정론이시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거듭 지령 2만호 발간에 커다란 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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