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불사가 진정한 용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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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국립암센터 의사>

지난달 23일 북측은 연평도를 포격했다. 휴전 이후 남북이 해상이 아닌 육상에서 포격전을 벌이고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민간인 지역에 포탄이 떨어져 주민이 다치고 집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국민들치고 우려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지난달 24일 오전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우리측 대응과 관련, ‘상황보고를 받은 대통령의 최초 지시가 뭐였느냐’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의 최초 지시가 ‘단호하지만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을 겸해서 말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을 문제 삼으며 “국군통수권자가 확전을 두려워하니까 2~3배 대응 교전규칙이 있고 전투기까지 떴는데도 저쪽을 못 때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실장은 “사태 발생 이후 확전과 관련한 말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황급하게 진화작업에 나섰고, 국방장관은 오후가 되자 “대통령이 확전을 막아야겠다고 말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고 바로 말을 바꿨다. 필자는 대통령이 확전 방지를 강조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확전을 해도 무방하니 마음껏 폭격하라고 말했다면 이 나라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신임 김관진 국방장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이 다시 도발한다면 전투기까지 동원해 폭격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또한 전면전 확대에 대한 질의에 대해 김 장관은 “북한의 국가적 경제 사정이나 정치적 승계 등 내부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정치군사 평론가들은 도리어 내부 불안 요소가 있을 때 내부 갈등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모험적이고 도발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연평도 포격도 3대 세습을 하는 과정에서 불똥이 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평도와 대청도 등 해상 경계선 일대에서 포격훈련이 진행되었을 때 전면전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김관진 장관은 확전이 안 될 것으로 예측한다지만 그동안 국방장관과 국회의원들은 천안함 폭파나 연평도 포격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일까? 북측이 우리가 생각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다들 아는 상식 아니었던가. 그런데 확전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그들의 판단만큼은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죽음을 불사하는 군인정신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 필요한 것이지 전쟁을 도발하고 확전할 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은 우리 생명을 보호할 군인이 필요한 것이지 군대의 자존심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미래와 평화를 송두리째 걸고 싸우는 군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 때도 아무런 준비 없이 큰소리만 치다가 낙동강까지 밀렸지만 그때도 이승만 대통령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방송을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그렇게 많은 고귀한 생명이 사망하고, 그렇게 많은 피란민과 고아가 발생했지만 한국정부가 그들에게 보상해주었다는 말은 못 들었다.

이 시간에도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행여나 전쟁이 벌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분향소에 조화를 보내기 전에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평화를 유지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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