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구 이북5도민회 망향제… “두고 온 고향 언제 갈려나”
제주지구 이북5도민회 망향제… “두고 온 고향 언제 갈려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가족의 안녕·남북의 화해와 통일 기원

◀[사진설명] = 제주지구 이북5도민회 회원과 가족 400여 명이 지난 23일 제주시 애향묘지에서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기원하는 망향제를 열고 있다. <정이근 기자> clk@jejunews.com


지난 23일 오전 11시 30분 제주시애향묘지. 아득한 수평선 너머 북을 향해 서 있는 망향탑에서 이북5도민 회원과 가족 등 400여 명은 실향의 아픔을 달래고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기원하는 망향제(望鄕祭)를 열었다.

이날 이북5도민회 회원들은 망향탑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헌화와 분향을 하며 가신 님의 영혼을 달래고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안녕을 빌었다.

고향이 함경남도 북청인 제주지구 이북5도민연합회장 이재맹씨(72)는 "두고 온 고향을 눈물로 그리워한지 반 백년이 지났다"며 고향에 갈 수 없는 설움에 마음 아파했다.

이 회장은 "이북5도민회 회원과 가족은 2만3000여 명에 이르나 정든 고향을 떠나 제주에 뿌리를 내린 1세대들이 하나 둘 운명을 달리하면서 현재 생존자는 500여 명에 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제주시애향묘지 이북5도 묘역에 어머니를 안장했다는 오충석씨(45)는 "고향이 황해도 벽성군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향 땅을 밟아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씨는 "일가 친척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내다 보니 당시엔 남들이 제사 집에 가는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백광현씨(45)는 "생존해 계신 아버지의 고향이 황해도 송화군으로 6.25전쟁 통에 제주에 왔을 때는 손에 가진 것이 없어 고생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백씨는 북에 있는 아버지의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제주시 노형동에서 운영하는 한정식집 상호를 '송화'라고 명명했다.

부모님 고향이 평안북도 룡천인 평안도도민회 청년회장 이근영씨(53)는 "지난 4월 22일 룡천역 폭발사고 당시 도내 회원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며 그곳에 살고 있는 가족과 인척들이 안부를 많이 걱정했다"며 "사고 소식을 접하고 회원들은 적극적으로 성금 모금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날 이북5도민회 회원들은 남북의 평화 정착과 실질적인 교류가 속히 이뤄져 마음놓고 고향 땅을 밟을 수 있기를 바라며 망향제를 마쳤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