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세(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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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귀쟁이 처녀가 과수원집에 시집을 갔다. 새댁은 방귀를 참느라 얼굴은 샛노래지고 기운 없이 비실비실해졌다. 연유를 알게 된 시부모는 방귀를 뀌고 싶은 대로 뀌라고 했다.

그런 즉, 새댁이 한 방을 쏘았다.

소리도 요란했지만 독한 냄새로 시댁 식구들은 혼비백산하여 집밖으로 도망쳤다.

시부모는 새댁을 친정으로 돌려보낼 양으로 배나무 밑을 지나게 됐다. 이들은 배를 따 먹고 싶었으나 손이 닿지 않아 군침만 삼킬 뿐이었다. 이에 새댁이 방귀를 한 방 내지르자 배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시부모는 방귀 뀐다고 착한 새댁을 내쫓으려 했음을 부끄럽게 여겼다.’

우리 민담(民譚)에 나오는 ‘방귀쟁이 새댁’ 이야기로 재치와 넉살이 묻어난다.

△방귀는 간혹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나온다.

그 순간 당황스럽고 쏟아지는 시선을 감당하기 어렵다.

하지만 장(腸)운동이 활발한 것이라며 건강의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이렇듯 방귀는 장 속 공기가 항문을 통해 빠져 나오는 현상이다.

평소 성인의 소장과 대장에는 평균 200ml의 가스가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그 가스 대부분은 방귀로, 나머지는 트림 등으로 방출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방귀 특유의 구린내를 피우는 성분이 메탄가스다.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메탄가스에 대한 심층연구에 돌입했다 한다.

이들 나라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소(牛) 방귀와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다.

소 한 마리가 연 130kg의 메탄가스를 배출, 호주 전역 온실가스의 20%나 된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일산화탄소 보다 21배나 된다니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뉴질랜드 정부가 소. 양 등 가축에 ‘방귀세(稅)’를 부과하려던 발상은 이에 비롯됐다.

메탄가스를 줄이는 연구를 지원할 목적에서다.

물론 농부들의 반발로 방귀세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어쨌든 이젠 가축들도 방귀를 조심해야할 판이다.

‘내적 갈등의 외적 표현’이라는 생리현상마저 트집 잡는 세상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법과 세금은 적을수록 좋다 했다.

모든 것을 이에 갖다 붙이면 숨이 막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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