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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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보 제주은행 부행장/경영학 박사>

최근 제주는 세계자연유산 지정에 따른 홍보와 올레길 등 체험형 관광패턴 변화에 힘입어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면서 표면적으로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도내 다수의 기업들은 매출 부진, 채산성 악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실물경제 회복을 속단하기 이른 상황이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별반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역별 GRDP(지역내총생산) 증감률 비교자료(호남지방통계청) 등에 의하면 제주는 2004년 8.0%에서 2009년 7.3%로 이 기간 동안 GRDP 증가율은 26.0%를 기록했는데, 이는 16개 시·도 중 하위권(9위) 수준으로 타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지역 경제전문가들은 제주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산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오는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꼽고 있다. 아파트단지 건설에 육지부의 대형 건설사가 진입하고, 도외에 본사를 둔 대형마트, 골프장 등의 증가, 본점이 서울에 집중된 전국형 금융기관들의 거래비중 증가 등으로 인해 지역의 막대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 사이에 민간부문에서 연간 1조1000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지역산업을 육성하는 데 투자되어야 할 자금이 유출됨으로써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그 효과에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제주는 3차산업 비중이 지배적이고 2차산업이 빈약한 구조적 특성으로 자금이 역외유출 정도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어 금융 측면에서 보완책이 필요하다.

지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물과 금융의 상호 유기적인 조화가 전제 되어야만 한다. 실물부문의 투자 확대는 산업 성장을 가져오고 나아가 금융수요 확대, 신용창출로 이어져 다시 금융부문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실물부문 재투자를 활성화시키는 상호보완적 선순환 사이클(Cycle)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전국형 금융기관들이 지역금융의 역할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단기 수익성을 견지하며 자본적 논리로 무장된 전국형 금융기관들이 지역경제가 어려울 때 과연 어떤 대안을 가지고 고통분담에 나설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지역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지역경제 규모가 작을수록 지방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진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지역금융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범정부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이 지역재투자법(CRA법)을 통한 지원이나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인 도도부현 금고 중 80%이상을 지방은행이 담당하고 있으며, 공공단체에 대한 대출 점유율도 60%에 가까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내년 예산은 일반과 특별회계를 합쳐 약2조8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주지역 GRDP의 3분의 1 수준으로 가히 제주도가 도내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볼 수 있기에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산업적 유통과 금융적 유통에 의해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자금의 흐름을 어떻게 지연시키고 억제하고 환류를 촉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대책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다. 결국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이 지역산업의 발전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역외유출이 지속된다면 제주경제의 미래는 그리 밝을 수만은 없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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