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계단을 내려오다 계단이 둘이 남아 있었는데 마지막 계단인 줄 알고 발을 헛디뎌 삔 적이 있다. 아들이 “엄마, 마지막까지 조심해야지요!” 하며 안타까운 듯 내 발을 쳐다본다. 내가 항상 아들에게 했던 ‘마지막까지 최선을!’이란 말을 이제는 아들에게서 다시 듣게 되나 싶었다. 계단에 대해 약간의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나는 항상 계단 내려올 때만은 한 계단 한 계단 의식을 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 날 순간 잡념에 빠진 내게 어김없이 다시 한번 계단 공포증을 일깨우는 사건이 생겨버린 것이다. 나의 이런 행태를 보면서 난 다시 우리의 삶을 생각했었다. 사실 계단을 오를 때는 무의식적 사고는 덜 일어난다. 우리의 인생도 어렵고 고난스러울 때는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스스로 긴장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신적 해이함에서 비롯된 사고는 덜 일어난다. 그러나 오르기에 비해 힘이 덜 드는 계단 내려오기에서 넘어지는 일이 잦듯 이제는 다 되었다는 안도감이 자체적으로 긴장을 풀게 하여 사고가 일어나는 비율을 높인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큰 행사를 앞두고 ‘D 데이 앞으로 며칠!!’이라는 말로 긴장감과 박진감을 되살리려 노력하며 정상을 향해 정진하고 싶어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 인생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는 D 데이가 모두 정해진 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 날을 위해 카운트다운을 하며 맘을 다지기가 쉽지 않다. 삶을 살아가면서 몇 번의 결정적 순간을 만나게 되지만 그것이 기회인 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비록 알게 되더라도 내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더 이상 나의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누군가 운과 행운은 다르다고 한 것 같다. 나에게 다가온 운인 기회를 내가 붙잡았을 때 행운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운은 우연적이기보다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조금씩 우리 곁에 다가왔던 것은 아닐까. 이런 의미로 본다면 행운은 밖에서 주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결정적인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결정적인 기회를 자기 것으로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것인가. 구체적으로 정답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어떤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향하여 걸어가는 지금 이 순간과 공간은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 것임을 마음에 새기라고 하고 싶다. 기회를 잃으면 다음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하겠지만, 다시 잡은 기회는 저번의 기회와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따라서 어떤 상황이든 ‘지금과 여기(now & here)’에서 주어진 일은 내 삶에서 아주 소중하고 가치있는 부분임을 인식하고 생각하며 실천할 때 언젠가 어떤 결정적 D 데이가 왔을 때 웃으면서 자신있게 운을 행운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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