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1909년 하얼빈의 기차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조선을 식민지화한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이고, 다른 한번은 1920년 청산리에서 김좌진 장군이 일본군과 혈전을 벌인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남은 한번은1979년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날이다.
세 번의 10.26의 역사는 하얼빈에서 궁정동까지 꼭 70년이다.
이 가운데 궁정동의 10.26은 아직도 그 역사적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린다.
△궁정동 사건이 우리 역사에 대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견해들은 서로 극명하게 대치된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은 도저히 한 나라 한 민족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그 가치관도 달리 한다.
한쪽에서는 그날 밤 10.26의 총성이 결과적으로 국민의 자유를 증진시켰다고 본다.
독재자의 죽음이 곧바로 자유로 이어지지 못하고 또 다른 독재자의 통치로 이어졌지만, 이후의 역사전개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기는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역사발전에 하등의 긍정적 의미도 없는 ‘3류 테러’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 논란은 다시 거슬러 올라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시작된다.
한편에서는 국민들에게 억압의 굴레를 씌운 독재자였다.
그가 이 나라에 만든 억압적 유신체제와 인권유린 등은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자유를 요구한 죄인들의 피’로 물들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반대쪽에서는 그가 “조국을 근대화했다”고 말한다.
억압과 인권유린의 경우도 그 어떤 시대적 특수성이었다고 변명한다.
△ 시중에 이런 우스개가 있다.
“당신은 ‘10.26’ 하면 어떤 느낌이 듭니까?”
“신나거나 시원한 느낌입니까, 우울하거나 답답한 느낌입니까?‘’
“만약 당신이 후자라면 당신은 소위 수구꼴통이라는 사람입니다.”
이 우스개가 말 같지 않는 소리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왜 요즘엔 10.26을 놓고 이처럼 말 같지 않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는지 온 나라가 영일(寧日)없이 시끌시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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