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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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이렇게 싼 물건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책을 산다. 물론 팔천원 만원이 별 것 아니라는 게 아니다.

원가를 생각하면 예를 들어 십 만원이라도 그래도 싼 게 책이다. 원가라고 해서 종이랑 인쇄랑 제작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저자가 소비한 지력과 시간과 정열을 얘기하는 것이다. 몇 년 또는 몇 십 년 걸려서 써 낸 책의 원가는 쉽사리 헤아릴 수 없는 게 아닌가.

보통의 상품은 재료를 가공하는 것에 따라 당연히 원재료 보다 가격이 높아진다. 아무리 대량 생산을 한다 해도 원재료 이하의 판매가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원고는 인쇄되어 제본됨에 따라 훨씬 싸진다. 작가가 전 인생을 투입한 작품을, 젊은이가 몇 시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책은 수십만 권 수백만 권 인쇄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원재료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몇 만부를 인쇄한다 해도 작가가 써 낸 작품 그 자체이다.

그래서 책을 사지 않으면 또 책을 읽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서점엘 간다. 최근에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택한다. 그러나 역시 내용이 문제다.

애서가에게는 여러 타입이 있다. 신간이 나오자마자 사는 사람이 있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든 책이라야만 사서 보는 사람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책을 산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일이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책에 대해서 꽤 무례한 편이다. 읽던 책을 침대 머리에 던져 놓고 잠들기도 하고, 핸드백 속에 구겨 넣을 때도 있다 페이지를 접기도 하고, 빨간 볼펜으로 선을 긋기도 한다. 무엇이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책의 내용과 깊게 만나게 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책상위에 놓아두거나 책꽂이에 꼽아 둔 채 그냥 지내는 것 보다는 낫다고 책도 생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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