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선시대 신문은 오늘날의 관보(官報)쯤에 해당하는데 여기에는 임금의 동정부터 조정의 대소사들이 실려 거의 날마다 발행되었다.
또 이 조보가 필사되어 여러 지방의 관리들과 사대부들에게도 전해졌는데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어느 마을 누구 댁에 조보가 도착했다 하면 온 동네 양반들이 그
집 사랑방에 모두 운집할 정도였다.
선조 10년(1577년)에 일어난 조보인쇄 사건은 당시 조보의 인기를 말해준다.
서울의 상인들이 조보를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에까지 팔아먹기 위해 사헌부와 의정부에 로비를 벌여 허가를 받았다.
서울 상인들은 나무활자를 만든 후 조보를 대량 인쇄하여 경향 각지로 배달하면서 떼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런데 선조 임금이 이해 11월 우연하게 민간에서 인쇄하는 조보를 보았다.
궁중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실린 조보가 멀리 전라도, 함경도까지 전해진다는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냈다.
임금의 허락도 없이 조보를 대량 인쇄했다며 30여 명의 관계자들을 의금부에 가두어 심문토록 했다.
이 조보사건은 수 개월 동안 관계자들에게 혹독한 심문이 이어졌다.
다음해 1월 선조 임금은 조보를 인쇄.배포한 사람들을 멀리 귀양 보내는 것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조선시대가 끝나는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조보를 인쇄.배포하자는 논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초기 언론문화의 새싹이 돋아날 뻔했던 이 사건을 두고 율곡(栗谷) 선생은 경연일기(經筵日記)에서 선조 임금의 대응이 과민했다고 지적했다.
제주일보가 창간 57주년을 맞았다.
올해 창간일에는 57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제2차세계대전 종전과 패망을 알리는, 당시 일본어로 제작된 제주신보(濟州新報) 호외 1호가 발굴됐다는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 제주신보 8.15 호외는 당시 삼엄한 일본군의 통제 아래 제작되어 조국 광복의 사실을 도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전쟁이 끝났다.
천황폐하가 성단을 내렸다.
육군대신이 자살했다는 등등의 보도를 하고 있다.
또 제주도사와 경찰서장은 보도를 통해 도민들에게 경거망동하지 말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작은 타블로이드 한 장짜리 신문이었지만, 제주도민이 이 신문 호외만큼 환희와 감격으로 읽었던 신문이 또다시 없었을 것이다.
우리 생애에 그렇게 기쁜 신문을 다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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