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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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대부분 무지에서 기인한다. 밤이 낮보다 무서운 것도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과학기술의 시대를 살면서도 귀신에 관한 이야기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중파의 한 채널을 차지할 정도로 성행하고 또 의사의 처방 보다는 이웃사촌이 들려주는 각종 민간요법이 더욱 솔깃하다.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그것이 사실인양 믿게 되고 일단 한번 믿게 되면 그 밖의 이야기들은 모두 거짓이 된다. 전문가의 이야기 보다는 이웃사촌이 훨씬 객관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전문가는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는 사람이 된다. 이렇게 발생한 이야기는 음모론으로 확대 재생산 되기도 한다.

머리 위를 지나는 굵직한 송전선으로 고압의 전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영향이 없을 만큼 물리적으로 충분한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눈에 보이는 송전선이 마음 편히 느껴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가전제품의 전자파 유해성 논란은 끊임없이 여기 저기서 흘러나오고 전기가 흐르는 송전선에서도 전자파가 나올 것이라는 가설이 얹혀지면 송전선은 더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전계는 전기의 장, 자계는 자기의 장을 말한다. 이는 거리에 따라 급격히 감소한다. 전자파는 주파수가 높은 전계와 자계가 상호작용을 통해 조합되어 파동의 형태로 공간을 전파하는 현상이다. 즉 라디오, TV의 송신파가 전자파의 대표적인 예가 된다. 송전선과 일반 전기선에 발생하는 전자계는 주파수가 60 헤르쯔로 극히 낮아서 멀리까지 전파되는 성질이 없다. 따라서 약간의 물리적 지식만 동원해도 송선전에서 나오는 전계는 전자파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전파는 파장이 짧을수록 에너지가 높다. 파장이 짧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전자레인지와 같이 음식물을 가열시킬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에너지를 발생하기도 한다.

송전선의 전계의 파장은 5,000 km로 아주 길어서 에너지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에너지를 적게 가진다는 뜻은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영향을 발휘할 능력이 적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345 kV 송전선로의 경우 선로 바로 아래에서 측정되는 자계는 청소기, TV 등 가전제품의 자계와 유사한 수준이고 전계는 전기설비의 일반적인 기준치의 몇 분의 일 수준에 불과하다.

일전에 TV 뉴스를 통하여 영국에서 대기환경의 오염으로 인하여 소아의 백혈병 환자가 1930년에 비하여 늘어났다는 연구보고서가 발표되는 것을 본 바 있다. 백혈병에 걸린 아이의 수는 1930년 보다 지금이 훨씬 많을 것이다. 우선 인구가 늘었다.

인구가 늘었으니 환자도 늘어난다. 만일 인구당 환자수를 계산했더라면 많이 줄었을 것이다. 둘째로 1930년대는 현재보다 유아사망률이 높았다. 단순히 높은 정도가 아니었다. 단순한 감기, 그리고 감기로 인한 합병증 때문에 아이들은 죽어갔다. 백혈병과 같은 고급(?) 병은 걸릴 틈도 없었을 것이다. 백혈병에 걸려서 사망에 이르기 전에 이미 다른 병으로 죽었을 테니까. 따라서 1930년과 현재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많은 해석방법이다.

이 같이 과학적인 자료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우리의 인식을 왜곡한 결과는 첫째로 불필요한 오해와 공포감을 조장한다. 둘째로 정부나 사업자로 하여금 한정된 예산을 덜 중요한 곳에 투자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과학의 진보를 역행시킨다.

이러한 일련의 과학을 정크 사이언스(Junk Science: 쓰레기 과학)라고 한다. 나는 송전선의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혹시 이런 정크 사이언스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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