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지는 워낭소리
스러지는 워낭소리
  • 김범훈 기자
  • 승인 2011.0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우리 땅이 평화롭지 못하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소와 돼지들이 떼죽음을 당하며 내짖는 비명은 너무 애처롭다.

청정 제주와 경남,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이 구제역 통제 불능 상태다. 하지만 경남지역도 야생조류에서 AI바이러스가 검출돼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해 말 이후 살(殺) 처분된 가축은 이미 1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안락사 주사를 놓고 땅 속에 파묻혔다. 그러나 방역인력 부족으로 가축들이 산 채로 구덩이로 떠밀려 생매장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방역인력들은 눈만 감으면 매몰 장면이 떠오른다. 파묻은 가축의 비명이 환청으로 들려 잠을 자지 못할 정도다. 정신적 충격으로 지옥이 따로 없다.

▲구제역 재앙이 덮친 목장에는 워낭소리가 스러지고 있다. 워낭은 소위 귀 밑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이다. 워낭소리는 그 방울소리다. 살아있다는 외침이다.

그러나 죽음을 직감해선가 워낭소리가 없다. 소의 까만 눈망울에선 마지막 눈물만 흘러내린다. 농부는 살점을 끊어내는 아픔 이상이다.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 배불리 먹고 가라며 최고급 사료를 수북이 담아낸다.

‘워낭소리’는 2009년 네티즌들이 선정한 최고의 영화다. 팔순 농부와 마흔 살이 된 늙은 소와의 교감을 그린 실화다. 주인공 소는 30여 년을 주인과 함께 했다. 하지만 나이는 속이지 못해 땅속에 먼저 묻힌다. 할아버지는 끝내 워낭을 내려놓지 못한 채 소의 마지막 가는 길을 가슴에 안는다.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눈물이 또 있다.

지난해 11월 말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경북 안동에서다. 주민들은 구제역 첫 발생지라는 이유로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로 상표 등록할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한 안동사람들이기에 충분히 짐작이 가고 남는다.

하지만 발생 원인을 놓고 소문에 소문이 더해지는 모양이다. 급기야 일부 편가르기로 번지면서 주민들은 갈등의 눈물까지 쏟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뜻 있는 지역원로들이 나서 남을 탓하고 욕하지 말자고 한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서로 격려하며 위기를 헤쳐 나가자고 독려한다.

다른 지방 얘기로 치부하기엔 갈등해결에 앞장서는 지역원로들의 모습이 부럽다.

김범훈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