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녀의 지(地)를 찾아서(Ⅱ)
일본 해녀의 지(地)를 찾아서(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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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와지마시(輪島市) 아마마치(海士町)의 해녀 이야기에 이어서, 오늘은 헤구라지마(舟+由倉島)의 해녀 이야기로 초점을 옮겨 볼까 한다.

와지마 항구에서 헤구라지마까지는 직선거리로 48㎞ 정도 되는데, 정기 여객선으로는 1시간30분이 소요되는 거리이다.
시간적인 거리로는 그다지 멀리 느껴지지 않는 섬이지만, 섬 자체가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인지 아마마치와 헤구라지마 사이를 오가는 정기 여객선은 매일 단 한 차례뿐이다.

헤구라지마에 대해 잠깐 소개하기로 하자. 헤구라지마는 행정구역상 와지마시 아마마치지구에 포함돼 있다.

섬의 형태는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길쭉하게 형성돼 있는데, 마치 계란을 비슷하게 세워 놓은 듯한 형상을 취하고 있다.
섬의 면적은 0.55㎢로서 제주도의 부속도서인 비양도와 크기가 거의 비슷하다.

인구는 2000년 기준으로 164명(55가구)이며, 이들 중 해녀는 대략 70여 명이라 했다.
섬 안에 특별히 개발된 관광지는 없으나, 야간에 주변 바다를 밝히는 높이 35m의 대형 등대와 섬 주위를 돌아가며 8군데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진자(神社)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섬 안에는 주재소, 보건소는 물론 초등학교 분교 등 공공기관도 들어서 있다.
헤구라지마는 분명히 일본내에서도 해녀의 섬으로 이름나 있기는 하지만, 섬 안에서 볼 때는 어업 전진기지로서 기능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듯한 이미지였다.

그것은 섬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게 만들어 놓은 방파제와 선착장, 물양장이 입증하고 있었다.
헤구라지마의 해녀들은 1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우리 조사팀은 정말 운이 좋게도, 85세로 최고령자인 할머니 해녀는 물론, 최연소자 중 한 사람인 16세의 소녀 해녀도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적지 않게 놀란 사실은 중학교를 갓 졸업한 16세의 소녀 해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올 봄 중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처음으로 해녀의 본분인 잠수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5살 위인 언니도 해녀였고, 40대 초반의 어머니도 해녀였다. 한집안에 세 사람이 해녀이므로 벌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아마마치 자치회 직원과 헤구라지마의 구장(區長)한테서 전해들은 바에 비하면, 보통 해녀들의 수입은 일반 직장의 월급보다 몇 배가 더 많다고 하였다.
아마마치나 헤구라지마에 10~20대의 젊은 해녀들이 많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울러 제주 해녀가 고령화와 젊은층의 기피를 배경으로 점점 그 위상이 떨어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앞으로 제주 해녀의 보전과 확산을 위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한 마음도 든다.

아마마치나 헤구라지마의 해녀들은 모두 똑같이 연중 7~9월 사이의 3개월만 소라와 전복을 채취할 수 있도록 규약으로 정해 놓고 있었다.
그리고 전복과 소라 채취에서도 전복의 경우는 10㎝ 미만, 소라의 경우는 직경 약 5㎝ 이하를 잡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모든 해녀가 자신들의 어장을 철저히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정해진 규약을 제대로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일본 해녀에 대한 학술 조사는 앞으로 제주도 마을어업의 육성 방향과 제주해녀들의 위상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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