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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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수필가
인류에게 언어가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문명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는 대략 4,000~6,000 종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가운데 문자를 지니고 있는 언어는 약 100여 종 정도로 알려져 있다. 560여 년 전 세종대왕께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덕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며 배우기 쉽고 편리한 문자 생활을 누리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족은 한글을 그들의 공식 문자로 사용하게 되었으며, 작년 7월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를 공식 승인하였다. 우리 한글의 가치와 우수성이 해외에서도 입증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우리 언어생활의 현실은 이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 같아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MOU,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리포터(Reporter), 로드맵(a road map) 등. 우연히 펼친 신문 1~2면에 사용된 단어들이다. 꼭 이렇게 표현해야 더 지적으로 보이고 사업이 더욱 활발히 전개되는 것일까 자문해 본다. ‘MOU’는 ‘양해각서’ 혹은 ‘가계약’으로, ‘스마트 그리드’는 ‘지능형 전력망’으로, ‘리포터’는 ‘보도자’로, ‘로드맵’은 ‘기술 기획’ 등으로 사용하면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일까? 사업 추진의 주체인 관공서부터 거리낌 없이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제화 ․ 세계화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주체성을 잃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신문이나 방송 보도는 파급 효과를 고려하여 용어 사용에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통신언어 사용 문제 또한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다. 세종대왕께서 보신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교육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명목 하에 현재 중학교 1학년부터 국어 교과서를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교과서마다 띄어쓰기가 일정하지 않음은 물론, 오자나 탈자가 눈에 띄기도 하며, 심지어 문맥에 맞지 않는 단어를 사용한 경우도 있다. 다양성이나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국어 교과서만큼은 ‘국정’으로 명확한 기준을 정하여 가르치도록 하는 게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이후 한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점점 멀어져 가는 듯하다.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글에 대해 우리가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신묘년에는 우리 모두 ‘한글지킴이’가 되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강종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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