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호주머니에도 관심을
서민의 호주머니에도 관심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제주경제가 어렵다.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데, 제주만 잘 되기를 바라는 게 애초에 무리다. 다만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제주경제가 어려움이 더 심하다는 것은 무언가 근본적 대책이 요구된다는 것을 뜻한다. 감귤, 관광, 건설로 이어지는 제주경제의 3대 축이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은 무성하지만,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백가쟁명을 조정-통합해 나가는 리더십은 그다지 미더워 보이지 않는다.

물론 문제 해결의 어려움은 우리에게만 그 탓이 있는 게 아니다.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하위 단위로서 제주경제가 독자적으로 어려움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영역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제주도민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고 제주경제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계화의 구조적 제약과 구속력이 너무 커서 제주경제의 독자적인 기획과 능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기가 어렵다고 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특례와 기회 요인에만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주경제를 살리기 위한 백가쟁명은 화려하다. 제주국제자유도시의 7대 선도 프로젝트로부터 시작하여 구조조정과 품질강화를 통한 감귤산업의 경쟁력 강화 그리고 호접란 등 환금성 농업의 다각화를 추진해 나가고자 하고 있으며 컨벤션센타를 중심으로 제주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중문관광단지를 엮어서 국제회의산업을 활성화시키려는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제주의 청정환경을 활용하여 건강-의료-장수를 연관시키는 제주형 생물산업의 발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제주 유치를 계기로 제주형 IT산업의 가능성은 물론이고 조지와싱턴대 유치 등을 통해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고급 교육상품을 제공하고자 하는 교육산업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골프-서귀포 월드컵경기장-바다-한라산-상대적으로 온화한 기온을 활용하는 스포츠산업도 각광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주지역항공사 건립을 통해서 제주관광요금 인하를 모색하고 있는가 하면 카지노업체까지도 내국인 허용을 통한 제주관광의 활로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제주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각종 정책사업 실현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모든 것이 구상 단계이고 실험 단계이며 논의 단계에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이렇게 혁신적이고 거시적인 구상과 정책들이 제주도민의 경제현장과 직접적으로 접목되지 않고 있고, 그럼으로써 제주도민들의 생활경제에서 공유할 수 있는 이익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데에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7대 선도 프로젝트를 포함한 많은 정책구상들을 보면 국내외의 자본가나 전문가 또는 특정의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고 유용한 사업들인 경우가 많고, 보통의 제주도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다양한 형태로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 옷을 팔고 일상용품을 파는 사람들, 동문시장에서 농수축산물을 파는 사람들, 택시 기사들, 토속관광상품을 파는 사람들, 집을 짓고 수리하는 사람들 등등 제주도의 3차 서비스산업을 지탱해 나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제주국제자유도시 이후 추진되는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는 것일까. 내국인면세점과 쇼핑아울렛, 신화역사공원 등 다양한 정책구상이 제주경제에게 무언가 도움이 된다는 것은 곧 그것이 실제로 도민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데 기여하는 것이어야 할 텐데, 그러나 안타깝게도 눈에 보이는 실리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제주민생 경제의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씩 고쳐나가고 바꾸어 나가는 정책적 관심과 재정적 지원도 요청된다. 제주민생의 구체적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도록 그 방향으로 제도개선과 예산지원이 대폭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제주 미래를 향한 혁신적 대형 프로젝트 못지않게 우리 서민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호주머니 사정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