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부터 삶의 지혜를 터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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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공간에서 운행하는 천체들은 조용함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다. 이 천체들은 정중동의 의미를 잘 터득하고 있다. 인간들은 자신의 활동에 대해 너무 요란한다. 그러나, 인간들의 활동반경과 한 해의 생산물을 반추해 보면 너무 미미하다.

능선 근처에서 해와 달은 착시현상으로 매우 커보인다. 달이 떠오를 때 바라보면 쟁반같이 둥글며 크다. 이처럼 능선 근처에서 보일 때 외에는 해와 달의 움직임을 감지하기가 어렵다. 물론 밤하늘의 별도 마찬가지이다. 우주 공간의 모든 것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지만 고요해 보인다.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은 지구가 남북극을 축으로 하루에 한 바퀴씩 돌기 때문에 보이는 시각적인 움직임이다. 사계절과 달의 차고 이지러짐이 반복되는 것은 지구가 태양 둘레로, 그리고 달이 지구 둘레로 돌기 때문이다. 지구와 달의 공전주기는 각각 365일과 27일이다. 달의 경우는 자전·공전주기가 같아서 늘 같은 면만 우리에게 보여준다.

영국의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1973년 발표한 전설적인 음반 제목으로서 ‘Dark Side of the Moon(직역; 달의 어두운 면)’은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흔적이 엿보인다. 우리 지구인들은 결코 볼 수 없는달의 저 편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에 전율을 느낀다.

유유히 구름 속을 흐르는 달은 자그마치 1초에 1km로 달린다. 보통 양궁 화살의 속력은 75 m/s 정도이니, 달의 운동을 ‘쏟살같이 빠르다’고 하면 달의 속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된다. 기관총에서 발사된 총알의 속력이 850m/s이므로 ‘총알보다 빠르다’고 해야 된다. 그저 그 자리에서 우주를 관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로 가공할 속도의 운동이다.

지구는 태양 둘레를 평균 1초에 30km씩 달리고 있다. 아! 하고 비명 소리가 절로 나올 만한 수치이다. 이상의 단편소설「날개」의 한 부분을 떠올릴만하다. “나는 내가 지구 위에 살며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지구가 질풍신뢰의 속력으로 광대무변의 공간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참 허망하였다. 나는 이렇게 부지런한 지구 위에서는 현기증도 날 것 같고 해서 한시바삐 내려버리고 싶었다.” 아! 지구여, 멈추어라. 나는 부질없는 속세로부터 탈출하고 싶다.

공룡의 멸종 이유에 대한 다양한 의견 중에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지구와 운석간의 충돌설이다. 어느 별이 지구와 충돌함으로서 지구에 대재앙이 초래되었다. 즉, 공룡을 비롯한 많은 동·식물 종들이 지구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영화〈아마겟돈(Armageddon)〉에서는 지구를 향해 시속 23,000mile의 속도로 돌진해오는 텍사스 크기의 소행성에 구멍을 뚫어, 그 내부에서 핵무기를 폭파시킴으로써 지구를 구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정말 재미있는 발상이다.

세상의 복잡한 일에 부딪쳐도 마음이 동요되거나 흔들리지 않고 지구와 달처럼 자신의 중심축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젠가 연하장에 “...에게는 세월이 비켜 갔으면 좋겠다”는 글귀를 접한 적이 있다. 세월에 놀아나지 말고 굳게 무게중심을 지켜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도 의연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청도 운문사 앞뜰의 처진소나무의 자태(높이 9.4m, 둘레 3.37m, 천연기념물 제 180 호)가 문득 떠오른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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