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인 토론 문화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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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한 문화단체가 제주전통문화축제의 대표격인 '탐라문화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탐라문화제의 지역축제내 위상과 함께 제주문화단체가 처음 실시한 탐라문화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한다는 점에서 이날 행사는 문화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탐라문화제 모니터링 결과가 발표되고, 본 토론이 진행됐지만 토론자들은 축제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모니터링은 이 문화단체의 문화정책예산참여단이 직접 현장을 방문, 축제 프로그램을 관찰하고 작성한 것이었다. 모니터링 결과, 축제의 점수는 10점 만점에 4.76점. 말하자면, 낙제점인 셈이다.

문제는 형편없는 점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링 자체에 있었다. '시민의 눈으로 제주대표축제를 제대로 평가하자'는 취지는 순수했지만, 평가 내용 및 평가방법은 그 뜻과 거리가 멀었다.

우선 평가내용을 서술한 뒤 그것을 수치로 계량화해 발표한데 문제가 있었다. 계량화 과정에서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탐라문화제 관계자는 울분을 토했다. 그는 “현장평가가 이뤄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서술형 답변을 받아, 기획단에서 이를 점수화해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모니터 결과가 실제와 다른 경우도 있었다. 모니터엔 탐라문화제 서제(序祭)에 주최측 대회장이 불참했다고 했지만, 실제 제관으로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휘호대회는 행사보다 '전시회'에 사람이 없다고 '엉뚱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결국 모니터링 문제는 주최측의 사과로 일단락 됐지만, 행사장을 지켜본 사람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한 단체의 '열정'보다는 객관성을 확보 못한 평가의 위험성과 그로 인해 직격탄을 맞게 될 해당단체의 입장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토론회 풍경은 더 있다. 발제자가 발제문을 부실하게 써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주제에 빗나간 토론을 벌여 토론장 온도를 낮추는 경우다.

한 토론회에선 사례만 나열한 발표가 이뤄졌다. 발제자는 “사례연구와 개선안의 제기는 별개의 문제다. 더욱이 개선을 위한 운동은 필자의 능력밖의 문제”로 보고, 사례만 발표했다. 발제문을 본 토론자는 “무엇을 토론해야 할지 참으로 애매한 심정에 빠지고 만다”고 하소연하는 진풍경이 목격됐었다.

아직 제주의 토론문화는 미흡한 구석이 더 많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위로부터' 혹은 문화권력층의 일방통행식 권위주의 문화를 청산하고, 주체적인 문화일꾼으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려는 한 징표로서 받아안고 싶다. 문화예술계 현안을 공론화하고, 공동의 해결방안을 찾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토론문화가 문화예술계의 역량을 키우고 살찌우는 생산적인 소통의 창구가 되기 위해선 몇가지 노력이 뒷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인의 가열찬 노력이다. 제주문화의 '밭'을 더욱 기름지게 일구는 주체로 당당히 서기 위해선 부단히 공부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꺼내 공론화 해야한다.

누군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2005년 을유년엔 문화예술인 모두 부지런해지자. 그리고 공부하자. 문화예술인들의 노력만큼 제주의 문화지평은 높이 솟고, 푸르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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