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도 경쟁력’이라는 그럴싸한 미혹(迷惑)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그럴싸한 미혹(迷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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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前제주학생문화원장/수필가>

화려한 네온 불빛이 거리를 밝히고, 고층 건물들이 숲처럼 들어선 도시 풍경이 때론 황홀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다 한적한 올레길에서 푸른 언덕과 아름드리 나무가 정자를 지키고 서있는 조그만 마을을 만나면 내 마음은 또 다른 매력에 빠져들고. 서로 다른 풍경이기에 둘 다 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리라. 가도 가도 매 한 가지 경관이라면 아름다운 감흥은 커녕 금세 싫증을 느낄 게 아닌가.

그래서 다른 모습, 기이한 풍광을 좇아 여행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외형이나 내면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모두가 비슷하거나 빼 닮았다면 재미없는 삶이 될 것이다. 키 작은 사람, 키 큰 사람. 뚱뚱한 사람, 홀쭉한 사람. 콧날이 오뚝한 사람, 뭉툭한 사람.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 까무잡잡한 사람…. 말이 없는 사람, 말이 많은 사람, 다정다감한 사람, 냉정한 사람, 우렁찬 목소리로 말을 하는 사람, 소곤대는 사람…. 이런 저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에 우리는 제 눈에 제 안경을 끼고 짝을 찾는 사랑 놀음도 할 수 있고, 끼리끼리 어울려 재미있게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늘씬한 팔등신의 비슷한 사람들만 모여 산다면 참으로 싱거운 세상이 될 게다. 우리의 삶에서 사람에 대한 선택이나 호기심을 지워버려야 할지도 모르니. 그러고 보면 인간 양태의 다양성은 조물주의 위대한 섭리다.

유럽을 여행 할 때였다. 한국인 가이드(guide)가 우리의 약점을 즐기듯 늘어놓는 것이었다. 몹시 불쾌했다.

“이 나라에는 일방적인 미인의 기준이 없습니다. 누구든 생긴 모습 그대로, 있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존중해 줍니다. 그러니 짙은 화장의 얼굴도 보기가 어렵고, 성형이나 다이어트(diet)에 요란을 떨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떻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억지로 굶고, 얼굴에 쉽게 칼질을 해대고….”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얼마나 정곡을 찌른 표현이었는지…. 남의 시선에 얽매어 사는 솔직한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내 존재가치를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어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 어리석음. 선전매체들은 취직이나 인간관계에 유리한 외모라도 정해져 있는 듯 오늘도 미(美)의 획일화를 부르짖으며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그럴싸하게 우리를 미혹(迷惑)한다.

만일 이런 현상들이 도를 넘어선다면 큰일이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국가사회라 할지라도 화려한 겉포장이나 몰개성으로는 승산이 없질 않은가.

저마다의 개성이나 장점을 찾아 가꾸고 빛내려는 노력을 한다면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오히려 남의 시선을 끌만한 외모들인데, 타고난 저다움을 묻어버리거나 깎아내리려 야단들이다.

내 존재의 존엄한 유일성을 버리고 누구를 닮으려는 어리석음이 아닌가. 그러다 부작용을 치료해야하기도 하고…. 거기에 쏟아 붓는 비용은 또 얼마인지….

몸이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눈앞에 어른거린다.

키가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살아가도 별 지장이 없으련만 몇 센티미터의 키 차이가 마치 상대적 장애라도 되는 것처럼 성장 자극요법이니, 식이요법이니 요란을 떤다. 몇 밀리미터의 코의 높낮이, 몇 킬로그램의 몸무게 차이가 인생살이의 주요한 변수라도 되는 듯 콧날을 세우고 체중을 감량하는데 분에 넘는 대가(代價)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 봐도 인생살이의 동력원은 외형이 아니라 내적 능력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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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테꺼 2011-02-22 15:57:38
이상한 논리 펼치지 마십시오. 외모가 경쟁력이지 아닙니까? 누구나 잘생기고 옷 잘입으면 좋고 가까이 하고 싶은 것이죠. 제목이 '외모만 경쟁력이 아니다' 라면 동의하겠지만 외모가 경쟁력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외모도 경쟁력 맞습니다. 그건 미혹이 아니라 정상적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