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춤추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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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의 일이다.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화제가 돌고 돌아 교육문제로 이어졌다.

아이들의 학습태도, 진로문제, 정서문제 등을 놓고 형제들끼리 경험담과 생각을 두서없이 쏟아냈다.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다가 아이들의 학교생활로 흘러갔다.

교직에 종사하다 은퇴하신 큰 누님이 웃으시며 ‘교사가 여유롭고 즐거워야 학교에서 문제가 해결 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퇴직 교사들의 모임에서도 역시 같은 결론이었다는 첨언과 함께.

이게 무슨 소리인가. 역시 가재는 게 편인가. 이어지는 설명은 이랬다.

‘교사가 편안해야 아이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웃어줄 것이 아닌가. 물론 인격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시간에 쫓기며 심기가 불편한 교사가 과연 아이들에게 얼마만큼 잘해 줄 수 있을까. 우리 아이에게 웃어주고 칭찬해 줄 교사는 누구일까.’ 결론은 교사에게 있어서 학교에서의 여유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아이들에게 좋든 싫든 학교는 거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사의 역할도 특별한 것임에 틀림없다.

인생과 학업,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꿰는 초등학교시절, 교사의 관심과 태도는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른 지역과 달리 도내 중학생들은 유독 치열한 입시 홍역을 앓고 있다.

상당수 고교생들은 아침에 눈 비비며 집을 나가 하루 두 끼를 학교에서 해결하고 밤늦게 잠 자러 집으로 돌아온다.

이처럼 힘든 시간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청소년기에 교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켄 블랜차드 박사는 그의 저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통해 칭찬 한 마디가 말 못하는 동물까지 변하게 할 정도로 위대한 힘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해 제주유나이티드의 박경훈 감독은 칭찬의 리더십으로 만년 하위였던 제주의 화려한 부활을 이뤄냈다.

이 같은 사례를 떠나 저마다 자신의 학창시절을 한번쯤 돌아보면 해답은 이미 나와 있지 않을까 한다.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일선학교에 대한 감사권을 놓고 대립했을 때 상당수 도민은 법률적인 문제를 떠나 심정적으로 도교육청의 입장에 섰다. 이는 도교육청의 감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중감사가 이뤄지면 교사 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인식에서였다.

최근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이석문 의원이 도교육청에 ‘에듀파인 학교회계시스템’에 대한 조속한 새 지침 하달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에듀파인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일선학교에서 교사들이 해석상의 차이로 불편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교육현장의 잡무 부담 경감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교사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가져달라는 차원에서이다.

지난달 말 양성언 교육감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교육현장 방문을 마친 후 현지 교사들의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말을 했다.

제주의 박경훈 감독은 지난해 칭찬의 리더십에 이어 올해는 대화의 리더십을 통해 선수들의 마음에 불을 당기겠다고 한다.

도내 교육현장도 찬찬히 살펴보면 열정의 불씨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3월에는 더 나은 환경에서 이 같은 열정의 불씨가 멀리 퍼져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아이들 가슴에도 행복이 한 뼘씩 쑥쑥 자라나게끔 말이다.<홍성배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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