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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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월은 잘 간다, 아이아이아이!”. 고등학교 때 배웠던 외국민요가 저절로 불리는 12월이다. 금년이 시작될 때 1년이 무척 빨리 지날 것임을 예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벌써 마지막 달력 한 장만을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빨랐던 1년은 아닐지 모른다.

예상치 않았던 어려움을 맞이했던 사람들에겐 빨리 보내고 싶었던 한 해였을지 모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게 싫은 사람들에겐 하루라도 오래 붙잡고 싶었던 한 해였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실제 시간에 비해 개인적으로 느끼는 심리적 시간은 모두에게 다르듯 이 한 해를 보내는 느낌도, 그리고 세월의 흐름에 대한 수용정도도 각자 다를 것이다.

가끔 세월의 흐름을 실감할 때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한 사례는 부부가 외출을 하는 데 남편이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보, 당신 스타킹이 꾸겨졌는데?”. 근데 그 아내가 그 말에 충격을 받아 자살을 했다. 실은 그 날 그 아내는 깜빡 잊고 스타킹을 신지 않았다. 또 하나의 사례는 어떤 나이 지긋한 분이 사진사에게 자신의 얼굴을 찍으라면서 간곡한 부탁을 했다고 한다. “여보슈, 사진사 양반! 내 눈가에 있는 주름, 잘 찍어 주슈. 내 얼굴에 있는 이 주름을 만드는데 몇 십 년이나 걸렸다우!”......

너무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나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자세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우리가 보내는 시간이란 연속적인 단순한 양의 증가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특히 12월이란 마지막 한 달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고와 새로이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계획이 공존하여 사람의 마음을 참 복잡하게 만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더구나 자신의 나이가 몇 대에 속하느냐에 따라 시간에 대한 감정의 색깔은 무척이나 다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25세까지는 세월이 무척이나 느리다고 느꼈고 12월을 보낸다는 것은 새해에 대한 설렘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빨라진다고 느낀 것은 35세가 지나면서였고, 요새는 가끔 나이를 까먹기까지 한다.

불혹의 나이인 40을 앞두었을 때 동년배들에게서 40을 맞이하기가 참 두렵다라는 말을 많이 들은 것 같다. 40세 이후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하는 시기임과 동시에 이제부터는 자신의 의지로 생을 개척해나가야 하고 그 결과를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게 부담스러웠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40이란 나이를 어찌 보느냐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가 다른 것 같다. 불혹이란 용어자체가 세상일에 정신을 뺏겨 부질없이 망설이거나 무엇에 마음 홀리지 않을 정도로 판단력이 설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처럼,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리고 인격적으로 이제는 정말 나만의 독특한 주체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오히려 마음을 안정되게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제까지는 나의 의지보다는 주위 환경에 대한 객체가 되어 살아왔지만, 이제부터는 정말 내가 느끼는 대로, 생각한 대로 내 몸과 마음을 내가 운전하며 행복을 추구해도 누구나 이해해줄 것 같은 자유로움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40이란 나이를 참 평화롭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 후로 더욱 솔직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 동안 소홀했던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려 노력하다보니 어느 새 다시 40대 중반을 넘기고 있는 내 자신이 여기 서 있음을 발견한다.

이제 12월도 중순을 넘기는 이때, 그간의 삶을 회고해보니 안타깝고 후회되는 삶 또한 보인다. 그러나 어쩌리. 인간의 삶 자체가 완성됨보다는 성장을 향하여 되어 가는 과정인 것을. 세월의 흐름을 한탄하거나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 후회되는 그때가 되지 않도록 차라리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게 최선이라 생각하며 이 12월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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