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겨울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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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광고와 휴대폰에서는 줄기차게 나오는 한 CF의 노랫말인 "아빠 힘내세요...우리가 있잖아요"는 듣는 이로 하여금 아릿함을 느끼게 한다.

이 보다 7년 전인 1997년 작 영화 '아버지(장길수 감독)'는 원작 소설의 주제를 영상으로 훌륭하게 살려낸 작품으로 평가된 바 있다.

암 선고를 받는 날, 귀가해서 아이들을 찾는 가장 정수(박근형 분)에게 아내 영신(장미희 분)은 "웬일이세요? 당신이 아이들을 다 찾고...."

자신의 현실에 크게 소리 내어 울지 못하던 아버지가 술에 취해 평소에 없던 술주정을 부리자 그게 못마땅한 딸(최정윤 분)은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버지, 난 당신에게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죽어 가는 순간까지도 가족을 위해 보험사 직원을 만난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사랑을 되찾지만 마른 잎을 보는 것 만큼이나 어딘가 허전하다.

광고나 영화는 그 사회의 현상을 투영한다.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광고의 ABC(Animal(동물), Beauty(미인), Children(어린이))를 제치고 아버지가 광고의 컨셉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경제난 때문일 게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허리띠를 동여매야 하는 2004년 겨울이나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돌입하면서 구조조정을 당해야 했던 1997년 겨울의 한복판에는 어김없이 아버지가 있었다.

세밑 신문.방송사마다 선정한 올해 10대 뉴스의 하나로 지역경기의 침체를 꼽고 있다.

이번 겨울이 외환 위기 때보다 힘들다. 젊은이들의 일자리 찾기가 어렵고, 구조조정 한파로 겨울나기가 버겁기만 하다.

민간소비도 반 공황상태이다. 재래시장이나 오일시장, 지하상가 할 것 없이 도내 산업의 주종인 도.소매업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길기만 하다.

실물경제지표의 하나인 도내 대.소형 매장 매출액이 10월 현재 27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가 감소했고, 실업률은 전월에 비해 2.7% 증가한 8000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적으로는 내수 침체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당초 5.5%에서 4.6%로 하향 조정된 가운데 내년 경제전망도 고유가, 환율 급락 등으로 4.0%에 그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발표도 있었다.

이들 중소기업인들은 내년에 예상되는 경영의 어려움으로 내수부진과 자금조달 등을 가장 우선적으로 꼽았고, 경제불안 요인으로 고유가, 환율 불안, 정치불안.정부정책 혼선 등으로 지목했다.

소비부진으로 도내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제주지방조달청이 재래시장에서 제주특산품을 구입해 선물보내기, 민속오일시장에서 장보기 등의 캠페인을 가져 화젯거리가 됐다.

또한 제주시가 12월 한달 동안 칠성로를 중심으로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거리축제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성탄절 전날을 선물 주고 받는 날로 지정, 1인 3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해 동료직원, 이웃, 은사, 친구 등에게 선물하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또한 부서별 업무 연찬회를 호프집에서 갖기로 하는 등 소비진작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얼추 관 주도 행사여서 '전시행정'이라는 지적도 낳을 만 하지만 '경기가 경기인지라' 미담으로 회자되고 있다.

날로 침체하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작은 시민들의 노력들이 삼삼오오 모아질 때 비로소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불이 지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내년 이맘 때에는 애옥살이에 끌탕을 해댔던2004년 겨울을 기억하면서 감사의 기도를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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