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선택을 위한 또 다른 기준
학과 선택을 위한 또 다른 기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각 대학의 신입생 정시모집이 시작되었다. 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가방식이 표준점수제로 바뀌고, 대학마다 학생 선발방식이 더욱더 다양해지다보니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와 입시담당교사들이 무척 애를 먹고 있다. 자식교육을 위해서라면 가족과 떨어져 십 수년 동안 이역만리에서 살 수도 있는 우리이기에 더욱 그렇다. 적어도 대학입시의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맹자의 어머니도 부러워할 나라인 셈이다.

인구가 시골에서 읍내로,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지방에서 서울로 집중되고 있고, 수많은 가족들이 해외이민을 고려하는 것도 알고 보면 상당 부분은 대학입시 때문이다. 하기야 우리나라처럼 대학입시가 인생 전체를 건 도박이라면 그 정도의 희생을 마다할 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최근의 취업난에 비춰 볼 때 그 희생에 비해 주어지는 대가는 너무 초라하다.

예전에는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 가문의 영광이요, 모교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로 여겼다. 그러기에 성적이 괜찮은 학생은 어떤 학과보다는 서울의 어느 대학에 들어갔느냐가 관심의 초점이 되었던 적도 있다. 특히 서울대학교에 몇 명을 진학시켰느냐를 놓고 학교 수준을 평가하던 시절엔 일부 상위권 학생들이 적성과는 거리가 먼 학과를 택하였다가 중도 포기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우리 학생들이 어른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요즘 각 지역의 대학들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제주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지방대학의 취직률이 낮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을 따지자면 서울에 있는 대학의 취직률이 높았던 데는 다른 이유도 있지만 본래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했던 탓도 크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우수한 학생들이 지방의 대학으로 진학한다면 지방대학의 취직률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어려운 경제현실을 고려한다면 우수한 학생들이 제주 지역의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새로운 입시전략일 수 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한 대학 내에서도 취직률이 높다는 이유로 우수한 학생들이 특정 인기학과에 몰리는 것도 문제가 있다. 논자의 경험으로 볼 때 같은 실력을 가진 학생이라면 이른바 인기학과보다는 비인기학과로 진학하는 것이 교수들의 애정과 관심 속에 자신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은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비인기학과를 선택했을 때 오히려 취직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

한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학문이 다 필요하다. 그리고 모든 직업은 다 신성한 것이고 모든 학문이 어렵기는 매 한가지이다. 따라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를 가지고 대학의 서열을 매기고 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과선택의 기준은 무엇보다도 앞으로의 사회가 어떤 사회이고 그 학생의 관심사가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수험생들이 진정으로 자신이 뭘 좋아하고 뭘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있었는가. 그리고 특정 분야를 이미 선택했더라도 본인이 원해서라기보다는 부모가 원했기 때문은 아니었는가. 만일 진로와 관련해서 부모와 자식간에 갈등이 있다면 자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자식이 맘껏 꿈을 펼치면서 살아가는 행복한 인간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최선의 행복은 마땅히 되어야 할 그 무엇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할 때 행복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