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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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임자리에서 평소 듣기는 했어도 생소한 ‘소주폭탄’이 등장했다.

너나할 것 없이 주머니가 가벼워진 탓에 이른바 ‘2차’를 가지 않기 위해 한 친구가 고안해낸 궁여지책을 쫒아 여러 잔을 내리 들이켰다.

걔중에 다른 한 친구가 2차를 낸다고 했지만 당초 제안자의 고집에 나머지 모두가 한뿔 꺽인채 되레 ‘소폭 예찬론’까지 경청하고 말았다.

폭탄주는 그 유래를 정확히 알고 싶지도 않지만 유행을 타면서 혹은 제조법에 따라 종류가 꽤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얼핏 생각하기에도 맥주컵에 양주잔을 넣고 만드는 원조폭탄주를 비롯해 수소폭탄주, 회오리주, 충성주, 타이타닉주, 골프주, 쌍끌이주, 황제주 등 10여가지를 웃돈다.

하지만 폭탄주 제조에 있어 공통점은 위스키 중심의 양주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비싼 술만을 먹어봐서가 아니라 주머니사정에 따라 소주도 훌륭한 제조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쓴 웃음을 짓던 기억에서다.

요즘 “IMF 때보다 지금 상황이 더 힘들다”는 얘기가 서민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민들의 생활경제가 단순히 가계가 흔들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생존자체를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다가오는 ‘겨울한파’를 두려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마냥 뜬구름 같은 얘기인 것 만은 아닌 듯 싶다.

최근 제주지역 실물경제 지표의 하나인 대.소형 매장 매출액이 27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했고 실업율은 전월에 비해 2.7% 증가한 것으로 보도는 전한다.

국내적으로는 내수 침체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당초 5.5%에서 4.6%로 하향 조정됐고 내년 경제전망 역시 고유가,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4.0%에 머물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도 있었다.

이같은 지표를 토대로 정부에서는 급기야 한국판 뉴딜정책을 내놓았지만 서민들의 귀에는 남의 일로만 들린다.

오죽하면 요즘 시중에서는 ‘20대가 취직을 하면 가문의 영광이요, 30대가 직장을 구하면 동네잔치를 벌일 일’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겠는가.

이같은 분위기와 맥락을 같이 하는 기막힌 소식도 잇따른다.

굶주림에 지친 네 살배기가 장롱안에서 식어갔고 40대의 장애인 두 아들을 둔 80대 노모가 전기료를 아끼려 켜놓은 촛불이 화마를 불러왔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아버지가 다섯 살 난 아들을 숨지게 한 뒤 자신도 목을 매었다.

다가오는 엄동설한에 웅크릴 힘마저 없는 이들의 얘기를 접할 때 마다 이 겨울을 더 춥게 한다.

그래서인지 1주일에 한 번 가던 목욕을 2주일로 연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슈퍼에서 같은 값인 소주보다 배가 부르는 막걸리가 더 잘 팔린다는게 요즘 시중의 분위기다.

가뭄이 들면 개울물부터 마르듯 불황의 그늘이 서민층을 덮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IMF보다 심한 경제불황속에서도 ‘아직도 살만하다’는 생각을 잃지 않는 이들이 더 많은 것은 꿈꿀 수 있는 희망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말대로 ‘포기’라는 단어는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나, 범사회.국가적으로든 불황과 실패를 딛고 희망과 성공을 향해 내딛는 지혜로움과 용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요즘 TV에 나오는 어느 광고의 대사가 문득 떠오른다.

“2004년 다들 힘들었지?...2005년은 괜찮아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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