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별장‘귀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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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국장/소설가
대통령 별장이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제주시가 이승만의 별장 ‘귀빈사’에 대한 정비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제주4·3의 최종 책임자로 당시 국가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이승만 기념관 설립은 아무리 보아도 문제이다. 당시 제주도민들은 국가권력으로부터 무자비한 폭력과 학살에 짓밟혔다. 그 책임이 권력 최고 핵심부인 이승만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도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이승만 기념관 건립은 절대 안 됩니다’라고 도민들에게 천명했다. 유족회는 기자회견문에서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가 제주4·3의 집단학살자로 분명히 이승만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는 4·19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독재자가 아닙니까? 그 뿐입니까? 이승만의 양자라는 L씨는 지난 2009년 제주4·3사건희생자 결정 무효확인 소송을 청구해 우리 유족들을 분노케 하였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가 수학여행을 다닌 길은 마을 동부지역이 고작이었다. 트럭에 몸을 싣고 김녕사굴과 송당목장을 들르는 것이 일상사였다. 송당목장에는 이승만 별장이 있었으며, 그곳에서 선생님은 침이 마르게 이승만 대통령을 칭송하셨다.

이승만 별장은 구좌읍 송당리 민오름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1957년 미군의 지원으로 건축된 벽돌조로, 대지 660㎡에 건물면적 234㎡의 1층 건물 한 채다. 당시 미국식 전원형 단독주택 형식으로 지어져 이국적 특징을 갖고 있는 건축물로 이승만 부부가 1957년과 1959년에 두 번 머물렀던 곳이다. 국가원수가 사용한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지난 2004년 9월 4일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미국의 대통령 별장으로는 캠프 데이비드가 유명하다. 루스벨트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 대지만 50만㎡이다. ‘캠프 데이비드’란 이름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자신의 손자 이름을 딴 것이다. 캠프 데이비드가 낯익은 이유는 세계사에 남을 굵직한 회담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중재로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체결한 평화협정이다. 그때 나온 협정은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라 불린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1943년 5월 캠프 데이비드로 처칠 총리를 초청해 종전 계획을 논의했다. 아이젠하워는 소련의 지도자 흐루시초프를 초청했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3년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했다. 골프 카트를 함께 타고 다니며 군축 문제를 논의했다.

물론 캠프 데이비드를 가장 많이 활용한 대통령은 레이건이다. 재임 기간 동안 517일을 캠프 데이비드에서 머물렀다. 레이건은 냉전이 해체 조짐이 보이던 1987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을 이곳에 초대하려 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중국의 장쩌민 국가주석,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등 10여 명의 외국 지도자를 이곳으로 초대했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휴가지로는 ‘청남대’가 유명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경호실 직원 등과 어울려 축구를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삼매경에 빠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조깅을 즐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자신의 국정운영 철학을 정리해 연설원고를 직접 작성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개방토록 했다.

역사 유물은 그 사람의 업적에 상관없이 보존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승만 별장이 복원이 아닌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라니, 도민들은 지금 행정당국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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