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가 제주에서 즐겼던 '유배 밥상'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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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스토리텔링연구개발센터, 제주향토음식문화연구소와 공동 개발
‘민어를 연하고 무롬한 것으로 가려서 사 보내게 하십시오. 내려온 것은 살이 셔서 먹을길이 없습니다. 겨자는 맛난 것이 있을 것이니 넉넉히 얻어 보내십시오.’(1841년 6월 22일 추사가 부인에게 보낸 편지)

미식가로 소문났던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시절 초기에 음식들을 어떻게 조달했는가 하는 것은 아내에게 보낸 한글편지를 통해 전해진다.

편지에는 마치 어린아이가 어머니에게 음식에 대해 투정을 부리는 듯한 추사의 인간적인 면모가 담겨있다.

민어, 조기젓, 건포, 새우젓, 약식, 어란, 백자(잣), 호도, 곶감, 쇠고기, 겨자 등 당시 제주에서는 구하기 힘든 귀한 음식들이 부인을 통해 조달됐다.

그러나 권문세가에서 태어나 넉넉한 생활을 했던 그의 음식관은 유배생활 2년에 접어들면서 바뀌기 시작한다.

척박한 제주 생활에 적응하며 부인이 보내온 반찬과 의복이 분에 넘침을 토로하며 점점 소박한 밥상을 찾게된다.

제주대학교 스토리텔링연구개발센터(소장 양진건 교수)와 제주향토음식문화연구소(소장 고정순)가 제주유배문화 스토리텔링사업의 일환으로 개발한 ‘추사 유배밥상’ 등 추사관련 음식을 13일 공개했다.

이날 제주시 용담1동 소재 세심재 갤러리에서 마련된 추사관련 음식 전시회에는 추사가 살았던 시대 사대부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과 제주 음식이 혼합된 밥상들이 다수 선보였다.

추사가 즐겨 먹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톨 밥상’(봄), ‘반지기 밥상’(여름), ‘조팝 밥상’, ‘놈삐 밥상’(겨울) 등 계절밥상에는 민어, 조기젓 등 제주에서는 귀했던 반찬들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양진건 소장은 “추사는 제주 유배생활 초기, 부인을 통해 음식을 조달해 먹었지만 나중에는 보리와 누룩으로 만든 막걸리, 호박전 등 서민음식을 즐겼다”며 “말년에 ‘남쪽 밭에서 아침마다 이슬진 아욱을 꺾고, 동쪽 골짜기에선 밤마다 누런 조를 찧네’라며 소박한 밥상을 예찬했던 ‘노구황량(露葵黃粱.이슬 맺힌 아욱과 누런 조밥)’의 자세는 제주에서 나왔다”고 했다.

고정순 소장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최대한 당시의 음식에 가깝게 만들었다”며 “한마디로 제주음식의 소박함과 사철음식의 담백함이 담긴 품위있는 밥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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