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 정치에 물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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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교육자치제도가 부활된 지 14년만에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

정부가 시.도교육감과 교육위원들을 주민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한다는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지방교육자치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그 동안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이 뽑던 교육감을 2006년 지방선거부터는 단체장을 선출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이 직접 뽑는다는 것이다.

'지방교육자치제도 개선안'은 또 교육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시.도의회에 특수상임위 형태로 교육전문가를 배치하되 이들 역시 시.도의원들처럼 주민들이 직접 뽑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공청회 등 각계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다음달께 개선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지방교육자치제도 개선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분리돼 비효율적인 부분이 너무 많고, 교육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사실상 전혀 없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에도 교육시설과 교육환경 조성사업 등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간선제인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가 후보자간 또는 후보자와 투표자간에 이권 약속이나 담합 등을 함으로써 갖가지 폐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고, 대표성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거과정에서 표를 몰아주는 대가로 지역 교육청의 인사권을 넘겨주겠다는 각서를 경쟁자에게 써 주고, 교육감 당선자가 돈을 받고 교장직을 팔아먹은 행위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안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는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당장 전국 16개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육위원회의장협의회는 "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시키려는 위헌적 발상을 즉각 철회하라"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육관련 단체들도 한결 같이 정부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헌법 제31조가 강조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육감이나 교육위원 출마자들은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하려면 자의든 타의든 정치조직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막대한 선거자금도 동원해야 한다.

시.도지사나 기초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출마자들과 연계한 선거운동도 불가피할 것이다.

결국 교육감선거에 정당이 개입하게 되고 지방교육자치는 정치에 물 들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계가 정치에 물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 지는 뻔하지 않는가.

게다가 교육감 선거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들이 주민 직선으로 뽑는 국회의원 선거나 자치단체장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나 부정보다 더 심각한 수준도 아니다.

문제는 선거제도가 아니라 교직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교육계 안팎의 인사들을 어떻게 배제시키느냐는 것이다.

이들을 배제시키지 않고서는 그 어떤 선거제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교육자치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교육자치는 교육감이나 교육위원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 아니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행세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는 더더욱 아니다.

이들은 단지 교육을 돕는 봉사자에 불과할 뿐이고 교육자치와 관련된 모든 판단의 잣대는 교육수요자들의 만족도에서 찾아야 한다.

물론 언젠가는 교육감도 주민직선으로 선출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거 풍토나 여건으로 봤을 때 지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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