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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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전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일 전격 사퇴하자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 전 부총리는 이달 4일 임명 발표가 있자마자 사외이사 겸직, 판공비 과다지출 등 서울대총장 조기퇴임의 원인이 됐던 사실들이 재론되면서 도덕성 시비가 일었다.

여기에 장남의 연세대 특례입학 부정의혹의 덧칠되며 ‘사흘부총리’라는 꼬리표와 함께 참여정부 인사시스템의 전반적인 문제까지 도마위에 올려졌다.

급기야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 일괄사의 표명-정찬용 인사수석과 문정수석 사표 수리로 이어지며 총체적 책임론으로 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계속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세삼 ‘이름값’에 대한 생각을 다시하게 된다.

‘이름값’은 말 그대로 이름에 알맞는 행동이나 노릇, 주위의 평판때문에 치르는 대가다. 이름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이 전 부총리를 보며 사람들에게 있어 이름값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게 해준다. 교육부의 수장이라는 자리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또한번 일깨워 준 이번 인사파문도 그가 이름값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조선시대에 죄인의 이름을 적은 나무팻말을 솥에 넣고 삶는 형벌이 있었다. 이름, 즉 명패를 삶아 죽이는 형벌이다. 지금 같으면야 차가운 감옥살이보다 이 형벌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겠지만 단순히 명패를 삶는 것임에도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유교의 전통이 뿌리 깊고 이름이 곧 생명인 시절에는 진짜로 죽기보다 싫은 형벌이었을 것이다.

마을의 향약에서도 매를 치는 태형(笞刑)보다 이름을 적어 저잣거리에 내거는 괘명(掛名)이 훨씬 중한 벌이었다고 한다.

“법은 허물 수 있어도 윤리는 허물 수 없다”는 유교적 가치관이 강력했던 그 시대에는 지극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이름을 중요시했던 것이다.

▲MBC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팀이 프로그램을 통해 비판한 건설업체로부터 구찌 핸드백을 받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핸드백을 돌려보냈다고 했지만 이 사건 역시 일파만파다. 이에 MBC 노조위원장이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참회의 단식을 돌입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마디로 이름값을 제대로 못한 결과다.

새해벽두부터 명패를 삶거나 저잣거리에 내걸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올해는 제발 이름값 좀 하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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