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자들의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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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46분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은 일본인은 물론 전 세계인을 경악하게 했으며 열흘인 지난 현재까지도 그 ‘여진’은 진행 중이다. 이렇게 이 날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날이 되었다.

제주일보의 인터넷 뉴스를 담당하고 있는 기자에게도 이 날은 기억 속에 오래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당일 연합뉴스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켜놓은 컴퓨터 화면에 ‘일 동북부 진도 7 강진…대형 쓰나미 경보’라는 제목으로 1보 기사가 송고되는 순간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틀 전만해도 일본 북동부에서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했으나 피해가 경미했고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큰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또 지진이 일어났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2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상황은 급변했으며 세계 모든 언론사는 일본의 피해상황을 뉴스속보로 전달하는 데 ‘올인’했다. 세계인들은 TV를 통해 전해지는 일본의 피해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여기까지는 미국의 9·11테러가 발생하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언론의 뉴스 전달 모습이다.

하지만 2011년 일본의 지진 발생은 또 한 번 인터넷,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지진의 여파로 전화가 불통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트위터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는 큰 문제없이 연결이 잘 됐다.

지진 당일 도쿄에서는 1분에 1200개 정도의 관련 트윗이 생성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에는 자신의 생사를 알리거나 실종된 가족이나 지인을 찾는 글, 구조 요청의 글, 인근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알리거나 찾는 글 등이 계속 올라오고 이를 계속 ‘리트윗’하며 널리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런 신속한 전파력이 부작용을 낳는 경우도 있다. 지난 15일 오후 트위터에는 유럽 국가들이 대한민국을 방사능 노출 국가라는 이유로 여행금지 구역으로 발표했다는 트윗이 올라왔다. 수많은 리트윗을 기록했지만 이 글은 사실이 아니었다.

방사능 노출을 이유로 한국에 여행금지령을 내린 나라가 있다는 소식은 없었다. 같은 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 물질이 한국에 상륙할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유포됐다. 이날 오후 사실무근이라는 기상청의 발표가 리트윗되면서 이 유언비어가 잦아들긴 했지만, 한바탕 소동으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경찰은 최초 유포자를 추적해 검거하기까지 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일본 대지진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는 사건, 사고들을 악용해 악성코드 등을 제작·배포하는 사회공학적 기법을 활용한 보안 위협들이 잇따르는 것이다. 지난 21일 안철수연구소는 이번 일본 쓰나미와 대지진을 악용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 트위터와 페이스북 메시지의 단축 URL(URL Shortening)을 통해 허위 백신과 피싱(Phishing)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소통의 도구인 인터넷은 ‘집단 지성’이 장점이다. SNS는 중동국가의 민주화 시위를 촉발한 최대 공로자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극대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통의 도구가 오히려 ‘불신 사회’를 조장하는 현상이 심각하다. 문명의 이기가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뉴엘 카스텔은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에서 “네트워크 사회는 유연성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확장되며, 새롭게 변화한다”고 주장했다. 열린 사고를 가진 네티즌들의 성숙한 이성을 기대한다.<부남철 뉴미디어국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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