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의 따뜻한 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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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지난 겨울은 한 달이 넘도록 한파가 몰아치고 폭설과 황사까지 겹쳐 겨울나기가 어느 해보다 힘들었다. 요즘 남쪽에서부터 봄이 오는 소식들이 들려오긴 하지만 완연한 봄의 기운을 느끼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 우리 제주도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지표상에 나타난 제주경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관광객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농축수산물 출하량도 비교적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신용카드구매액 등 소비지표가 호조세를 이어가고 건설투자도 일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전반적인 제주경제 상황이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이 어렵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아마도 고용 부진과 최근 급등한 물가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용확대와 물가안정은 모든 국가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목표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고용이 늘어나게 되므로 고용 대신 성장을 사용하기도 한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연준의 경우 고용과 물가 두 가지를 정책목표로 삼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 한국은행도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 운용에 있어서는 물가와 함께 성장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목표는 전체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역의 모든 경제정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지역민들의 소득을 늘리고 안정된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는 곧 고용확대와 물가안정으로 직결된다.

그런데 지역 차원에서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제주경제가 다른 지역과 고립되어 있지 않는 한 제주 물가는 전국 물가의 큰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으며 전국 물가는 기본적으로 국내 총수요와 국제원자재가격 등 국외요인에 의해 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여 온 신흥시장국들이 모두 높은 물가상승을 겪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며, 최근 북아프리카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여 물가상승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같은 상승요인들은 지역 차원에서 대응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도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제주지역의 물가상승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공공요금의 인상시기를 늦추고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의 가격 인상을 자제토록 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또한 지역에서 고용을 늘리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물가보다는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많다. 공공근로사업을 늘리는 것이 단기적으로 고용증가에 도움이 되겠지만 제주경제의 고용창출능력을 근본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 1조원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는 한편 신성장 동력산업을 발굴·유치하고 다양한 관광컨텐츠 및 대체작물 개발을 통해 제주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 및 농업부문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구인 및 구직난이 병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노동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앞으로도 제주지역의 물가는 높은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행히 고용사정은 2월 들어 취업자수가 9개월만에 증가로 전환되어 그간의 걱정을 다소나마 덜어주고 있다. 머지않아 봄이 완연해지면 유채꽃을 보려는 상춘객들이 제주를 많이 찾을 것이다. 상춘객들과 함께 제주경제에 따뜻한 봄바람이 오랫동안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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