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박정희 의장 제주 방문③
11. 박정희 의장 제주 방문③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박정희 의장 제주도민 열렬한 환영에 대만족”
제주북교 환영대회에 5000여 명 참여…분위기 고조
대형 여객선 지원약속으로 1963년 도라지호 첫 취항
박의장, 서귀포 풍광·절경에 감탄하며 관광 개발 강조
▲ 박정희 의장은 전국 시도 초도 순시 첫 대상지로 제주도를 선정해 입도, 5·16 이후 첫 군중 연설을 실시하는 등 제주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은 제주도 순시중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박의장의 모습.<제주일보 자료사진>

■ 5·16 이후 처음으로 군중연설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은 도지사공관에서 오찬을 하고 제주북교에서 열린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제주도방문 제주도민 환영대회장으로 향했다.

 

박 의장은 가는 도중에 사라봉에 있는 충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제주시 주정공장에도 들러 살펴보았다.

 

제주시내 길가에는 박 의장 내도를 환영하는 아치형 현수막이 늘어섰고 연도에는 많은 시민들이 나와 박 의장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열린 환영대회는 일반시민 학생, 공무원 등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성여고 고적대의 환영 연주와 함께 박 의장이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박 의장이 등장하자 참석한 도민들은 박 의장을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영하면서 행사장 분위기는 고조됐다.

 

나는 박 의장의 연설에 앞서 국가적으로 5·16 거사를 잘 마무리하고 제주도를 먼저 찾아주셔서 전 도민과 함께 환영과 감사하다는 환영사를 했다.

 

또 제주도 개발계획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도민을 대신해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나의 환영사가 끝나자 행사장에 참여한 도민들의 박수소리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굉장했다.

 

박 의장의 제주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제주도민들의 뜨거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어 박 의장이 연단에 올랐다.

 

5·16이후 박 의장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군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자 처음으로 대중앞에서 연설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박 의장은 도민들의 열렬한 환대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시종 부드러운 어조로 도민 격려의 강연을 이어나갔다.

 

박 의장은 “이번 처음 제주도를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5·16이후 혁명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행정쇄신과 경제재건에 대한 정책수행에 있어서 지방 실정을 직접 보고 국민여론을 정부시책에 반영하기 위해 이렇게 제주도를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어 “도민 여러분이 일치단결해서 혁명과업완수에 전폭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데 대해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또 “제주도는 본토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과거에 중앙정부가 관심을 너무 적게 가졌다”며 ‘ 그 때문에 개발시책도 미온적이었다“고 제주도의 실정을 진단했다.

 

박 의장은 “그러나 제주도는 개발의 소지가 너무 많은 곳이기 때문에 혁명정부는 개발방향을 관광, 수산, 축산진흥에 두어 정책적인 뒷받침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의장은 또 열악한 제주도와 육지의 연계교통문제에 대해 “악천후에도 제주해협을 쉽사리 드나들 수 있는 대형 여객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혁명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는데 그것이 바로 1963년 10월 취항한 89톤급 도라지호다.

 

박 의장은 제주방문 후 서울로 돌아가 나의 해사 1기 동기생이자 해군 제독인 김광옥 교통부장관에게 제주항로에 대형여객선을 건조해 투입할 것을 지시했고 조달청은 이를 국제입찰에 붙였는데 일본 조선소가 이를 건조한 것이다.

 

박 의장은 제주에 방문한 첫날 공항에서의 따뜻한 환대와 환영대회의 열렬한 지지와 환호에 대만족하고 제주도에 매료되기 시작한 셈이다.

 

박 의장과 제주도의 인연은 이렇게 박 의장에 대한 전 도민적인 지지와 환영, 제주도에 대한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라는 등식 속에 시작됐다.


■ 마땅한 숙소 없어 도지사 공관에서 묵다
일반에 공개된 박 의장의 제주체류일정은 서귀포에서 1박하고 다음날인 9일 오후 제주를 떠나는 1박2일 일정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박 의장의 제주 체류일정은 2박3일이었는데 첫째 날 1박은 제주시, 둘째 날은 서귀포에서 주무시는 것으로 짜 놓았다.

 

박 의장의 제주방문에서 내가 해결해야할 가장 곤란한 문제가 제주시의 숙소였다.

 

그래서 나는 박 의장 제주방문에 앞서 협의할 때 아예 제주시에 마땅한 숙소가 없기 때문에 도지사공관으로 모시겠다고 했고 박 의장께서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셨다.

 

박 의장이 제주도지사 공관에서 주무신 것은 아마 대부분이 모르는 비화이다.

 

그런데 박 의장을 공관으로 모시기로 결정됐으나 여러 가지가 문제였다.


■ 김한준 지방과장 부인이 마련한 이불사용
음식은 솜씨가 좋은 내 아내가 준비하면 되겠지만 침구가 문제였다.

 

당시 제주시에서 새로운 침구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고민을 하던 중이었는데 내 아내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내 아내는 당시 제주도청 간부 공무원 부인들과 이 문제를 상의했는데 마침 김한준 지방과장(김대성 제주일보회장의 선친) 부인이 새로 장만해둔 이불이 있어 이를 사용하면 되겠다는 것이었다.

 

김 과장의 부인이 내놓은 이불은 한 번도 쓰지 않은 좋은 침구였고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었는데 그 것으로 주무시게 했다.

 

내가 보기에는 박 의장이 이불 탓을 할 분은 아니었지만 좋은 이불을 덮으면 좋을 것이라 여겼다.

 

아마 내 생각에 박 의장께서 군인으로서 야전군 생활만 쭉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좋은 이불로 잔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내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잘 주무셨느냐고 묻자 박 의장께서는 ‘아주 편안히 잘 잘잤다’고 해서 나는 속으로 ‘이불 덕을 좀 봤구나’하고 생각했었다.

 

박 의장이 제주에 처음 방문했을 때 도지사 공관에서 주무신 것과 김한준 지방과장 부인이 마련한 이불을 덮고 잔 이야기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숨겨진 일화이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 도지사 공관을 숙소로 정한 박 의장도 마음에 편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5·16이전 진해에서 박 의장 내외분을 모신적도 있고 우리 가족끼리 같이 지내기도 했으니까 자연스런 일이었지만 도청의 국장, 과장, 그리고 내 가족들과 상의해서 공관으로 모시기로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더 어려웠을 것이고 쉽게 공관으로 모시지 못했을 것이다. 잘못되면 모든 것이 내 책임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문제였다.

 

내 아내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예전에도 같이 지낸 적이 있어서 직접 모시는 용기를 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인데 어쨌든 성공적으로 모셨다.

 

이후 제주도지사 공관은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요한 손님들을 위한 숙소로 제공하기도 하고 음식 솜씨가 좋은 내 아내가 준비한 요리를 대접하는 음식점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됐다.

 

박 의장도 내 아내가 준비한 음식이 입에 맞았는지 제주에 체류하는 동안 네 끼의 식사를 도지사 공관에서 해결했다.


■ 서귀포로 이동…도 관광지 개발 다짐
박 의장은 수행한 장관들과 나와 함께 9일 아침 일찍 서귀포로 향했다.

 

나는 지프차로 박 의장과 동승해 포장되지 않은 돌 투성이의 일주도로를 돌아 서귀포로 가면서 제주도의 개발여건과 관광개발의 가능성을 직접 살폈다.

 

서귀포에 도착한 박 의장은 남제주군을 방문해 김동익 남제주군수로부터 지역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후 강창학씨가 운영하는 감귤농장을 방문해 감귤산업의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청취했다.

 

박 의장은 서귀포의 풍광과 절경에 감탄하면서 관광지로서 제주도 개발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제주도의 관광개발에 정부차원의 지원을 다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국영호텔인 서귀포관광호텔로 옮겨 강창학씨를 비롯한 서귀포 지역유지들과 예정에 없던 오찬을 하며 박 의장은 아름다운 서귀포의 절경을 관광산업의 자원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고 구체적인 지원계획 마련을 약속했다.
정리=강영진 정치부장
yjkang@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