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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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궁핍한 집에서는 손님이 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손’이란 말은 이 ‘손님’을 줄인 말로 ‘두렵다’ ‘멀리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 민속에서는 ‘손’이란 날짜에 따라 사람들이 가는 쪽을 따라다니며 심술을 부리는 귀신인 두신(痘神)을 가리킨다.

이 ‘손’에 대한 금기(禁忌)는 불교의 천문 해석법에 기원을 두고 있는데 우리 민족에게 도입된 것은 삼국시대 초기 불교가 전래된 때다.

▲조선시대 천문과 지리에 통달했던 승려 영관(靈觀)의 저서 ‘잡록(雜錄)’에 보면 ‘손’의 해코지, 즉 ‘태백살’의 사례가 많이 들어 있다.

그중 하나가 백제의 계백장군의 패전이다.

신라군과 최후의 전투가 벌어진 황산벌 싸움에서 계백은 “적군의 방향에 손이 있으니 후면으로 우회해 역습하자”는 참모의 말을 듣지 않고 정면으로 신라군을 맞았다가 대패했다는 것이다.

이런 ‘손’의 금기가 거의 2000년 동안 우리의 민속신앙을 지배해 왔다.

흔히 ‘손 있는 날’이란 손실. 손해를 본다는 날을 말한다.

▲그래서 귀신이 움직이지 않는 날을 ‘손 없는 날’이라 해서 이사를 하는 택일의 기준으로 삼는다.

보통 음력으로 1. 2. 11. 12. 21. 22일은 동쪽에, 5. 6. 15. 16. 25. 26일은 서쪽에, 3. 4. 13. 14. 23. 24일은 남쪽에, 7. 8. 17. 18. 27. 28일은 북쪽에 손이 있다고 한다.

이 날에는 손이 있다 해서 그 쪽 방면으론 이사 가지 말라고 한다.

또 손이 없는 날은 음력으로 그믐날이 있고 또 9. 10. 19. 20. 29. 30날은 ‘손’이 하늘로 올라가서 손이 없다고 한다.

▲우리 제주의 ‘신구간 풍습’도 따지고 보면 이 불교에서 전래된 ‘손’에 대한 터부와 맞닿아 있다.

대한(大寒)이 지나 5일 후부터 입춘(立春) 3일 전까지 일주일가량을 신구간이라 하여 이 기간에는 지상에 있던 온갖 신(神)들이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로부터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 인사이동 때여서 귀신들이 해코지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귀신들의 인사이동 철을 틈타서 잽싸게 이사를 한다는 이야기인데 우리 조상들은 새 봄을 새롭게 맞기 위해 이 때를 ‘손 없는 날’로 정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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