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내린 검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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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검찰청이 지난 17일 직권남용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태환 제주도지사를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김 지사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이후 상고 기한인 일주일 내내 고심을 하다 상고 최종 시한을 불과 3시간 여 앞두고 내린 검찰의 고내에 찬 결단이었다.

검찰의 이번 결정을 놓고 도민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당연한 결정이라든가 아니면 검찰이 고유의 직무권한을 포기했다든가 등등.

그러나 결과야 어떻든 검찰이 이번 결정을 앞두고 장고(長考)에 장고를 거듭하며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그 자체만으로도 도민들로부터 인정을 받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제주지방검찰청은 항소심에서 김 지사의 직권남용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이후 곧 바로 상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도민여론 수렴에 나섰다.

전.현직 기관단체장 및 학계, 시민단체, 경제계 등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항소심 선고공판 이전에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당연히 상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검찰의 당초 입장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제주지검이 이처럼 도민여론 수렴에 나선 것은 광주고등검찰청이 상고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제주지검에 의견을 물어왔기 때문.

검찰이 김 지사를 대법원에 상고를 하지 않기로 한 이번 결정이 주목을 받는 것은 통상적이고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업무의 행태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 1심과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후 상고를 포기할 경우 그에 합당한 납득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때문에 검찰은 대법원에서 지든 이기든 상고를 하는 것이 속 편한 일이다.

상고를 포기할 경우 ‘왜 기소를 했느냐’ 또는 ‘처음부터 무리한 기소가 아니냐’, 아니면 ‘정치적인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등 숱한 의혹의 눈길을 받을 수 있는데다 상고를 하면 대외적으로 ‘유죄로 인정했기에 기소를 했으며 대법원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이 상고를 포기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에 상고를 하더라도 항소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적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검찰이 대법원에서의 승.패소에 앞서 대법원에 상고를 할 경우 도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제주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우선 고려했다는 점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 광주고검 제주부는 “유.무죄의 다툼이 여지는 있으나 제주도민여론과 제주지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서 상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상고를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서 검찰이 김 지사를 상고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잘한 것이라고 평가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검찰이 김 지사에 대한 상고 여부를 놓고 일주일 내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도민들의 입장에서 사건을 처리하려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싶을 뿐이다.

명동성 제주지검 검사장이 올 신년 인터뷰에서 “제주도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것이 엊그제였음이 새삼 기억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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