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박정희 의장 제주 방문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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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의장 “과거 위정자들 제주도 개발 등한시”
▲ 박정희 의장은 제주도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졌다. 이와 맞물려 박의장은 현지 일정이 생각보다 빡빡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주말임에도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박 의장은 제주도에서 하루를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제주체류 연장의 뜻을 밝혔다. 사진은 관계자들과 제주 현안에 대해 논의중인 박 의장(테이블 상단 중앙)의 모습. <제주일보 자료사진>

박정희 의장은 9일 오찬 후 바로 서울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질적인 체류일정은 비공식적으로 하루를 완전히 쉬고 일요일인 10일 떠나는 2박3일이었다.

 

그런데 서귀포의 일정이 빡빡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박 의장은 주말임에도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서 박 의장이 9일 오후 서귀포관광호텔 방으로 나를 부르더니 “김 지사, 여러 가지로 바쁠텐데 내가 하루 더 있다가 가려고 하는데 괜찮겠느냐”며 “사실 내가 혁명 이후 이 순간까지 하루도 쉬지 못했는데 여기 오니까 몸과 마음이 다 풀리는 것 같다”고 내게 제주 체류일정 연장의 뜻을 나타냈다.

 

나는 하루 더 제주에 머무르는 것에 대환영이다. 제주도민들도 얼마나 좋아하겠느냐고 박 의장께 얼마든지 더 쉬다 가시라고 말했다.

 

다음 날인 10일은 일요일이어서 그렇게 큰 부담 없이 박 의장께서 제주도에서 하루를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 의장의 제주도 첫 방문일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1박2일에 하루 더 연장해서 2박3일인줄 알고 있으나 실제는 2박3일 일정에서 하루 더 연장해서 3박4일이었다.

 

박 의장이 하루를 더 연장한 것은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는 의미이고 나로서는 이 기회에 제주도 개발에 대한 박 의장의 생각과 뜻을 확고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그래서 나는 부랴부랴 박 의장께서 서귀포의 절경을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게 어선 1척을 준비시켰다.

 

바다에서 서귀포를 향해 보는 풍광은 우리나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경치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어선을 이용해 서귀포관광호텔 인근에 있는 정방폭포에서부터 시작해 문섬, 천지연, 범섬을 둘러보았다.

 

나는 물론 수행한 장관들과 김종필 중앙정보부장, 고윤석 제주도경찰국장이 함께 배를 탔다.

 

박 의장은 제주도에 오면서 비행기로 하늘에서 제주도를 살폈고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차로 이동하면서 제주도의 육지 풍광을 직접 확인했으며 이번에는 배로 제주도의 바다에서 제주도의 경치를 입체적으로 살핀 셈이었다. 박 의장은 해안관광을 하면서 한결같이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했다.

 

박 의장은 범섬을 돌아 중문해수욕장에 이르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왜 아직까지 개발이 안됐는지 모르겠다”며 “과거 위정자들은 제주도 개발을 너무 등한시 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정을 하루 연장해서 그런지 한결 여유를 찾은 박 의장은 중문해수욕장에 배를 세우게 했다.

 

그리고는 박 의장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 뛰어들어 나와 고윤석 도경국장, 셋이서 함께 수영을 했다.

 

그 때는 9월에 접어들어 바닷물이 찰 때였으나 박 의장은 이를 전혀 개의치 않고 수영을 즐겨 나와 수행원들을 놀라게 했다.

 

박 의장은 1시간 동안의 수영을 한 후 자신이 입었던 수영복을 부관에게 시키지 않고 직접 빨아 넘겨주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기도 했다.

 

이날의 수영 장면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게는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나는 이 같은 박 의장의 소탈함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즐겨 얘기했던 일화이기도 했다.

 

박 의장이 묵기로 한 서귀포관광호텔(구 허니문 하우스, 지금의 서귀포파라다이스호텔)은 1959년 교통부가 투자해 건평 50평에 객실 7실의 규모였다.

 

당초에는 교통부가 직접 운영하려다가 제주도지사에 일임해 민간인 운영업자에게 임대해 경영하고 있었는데 당시 이 호텔을 경영하던 한재길 사장은 박 의장을 수행한 장경순 농림부장관과 잘 아는 사이였다.

 

한 사장과 장 농림장관은 일본에서 대학유학시절 같이 유도를 하던 친구였던 것이다.

 

박 의장은 물론 나와 수행한 장관, 경호원들 모두가 이 곳 호텔에서 예정에 없던 잠을 자게 됐다.

 

박 의장은 서귀포관광호텔에 묵으시면서 그동안 고위직 공무원들이 이용하던 것에서 더 많은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박 의장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인 1965년 가족들과 함께 여름 휴가차 제주도를 방문해 서귀포관광호텔에 묵기도 했다.

 

이렇게 박 의장이 제주도에서 하루 더 체류하게 되자 나와 김종필 중앙정보부장과의 인연도 더 깊어지는 계기가 마련됐다.

 

당시 나는 김 부장을 처음 봤고 잘 알지 못했는데 박 의장께서 식사자리에 반드시 김 부장을 배석시키라고 했다.

 

나는 알겠습니다 하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저 분이 중요한 사람인가 보다’라고 여겼을 뿐 누군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는데 알고 보니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나와 김 부장은 2박3일간 매 순간 같이 박 의장을 수행하면서 제주도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돼 가까워졌고 김 부장 역시 제주도의 사정에 많은 이해를 하게 됐다.

 

김 부장은 내게 서울로 올라 올 때면 반드시 중정부장실로 들러달라고 했고 제주도를 위해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제주도에 있는 동안 박 의장과 함께 제주도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고 식사자리마다 제주도의 여론을 들으면서 제주에 대해 완전히 습득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서울 출장길에는 꼭 김 부장을 찾았는데 당시 김 부장의 비서실장이 제주출신인 고재일씨여서 언제든지 김 부장을 만날 수 있었다.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은 당시 혁명정부의 실질적인 2인자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고재일 비서실장은 나중에 민정이양 후 청와대로 들어가서 총무수석비서관을 한 뒤 건설부장관도 지냈다.

 

김 부장과 고재일 비서실장은 이후에도 제주도에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적극 나서서 해결해주는 후원역할을 아주 잘 해줬다.

 

김종필 부장의 후임으로 온 김형욱 중앙정보부장도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서 나선 중요한 인물 중의 한 분이다.
정리=강영진 정치부장
yjka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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